[시름 깊어가는 한국경제]
○ 가계부채 부실 위험 112만 가구
한국은행이 30일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5년 3월 기준 138.1%로 2014년 9월 말 대비 2.7%포인트나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득은 늘지 않고 있어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빚에 허덕거리는 가계들은 금리 변동, 주택가격 하락 등의 외부 변수에도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말 현재 부채가 있는 전체 1090만5000가구 중 빚을 갚지 못할 수 있는 ‘위험가구’ 비율은 10.3%(112만2000가구)로 전년보다 4000가구 증가했다. 한은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금리가 3%포인트 상승할 경우 이 비율이 1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가계부채에서 부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험부채 비율은 19.3%에서 30.7%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이 15% 하락할 시에는 위험가구 비율이 13.0%, 위험부채 비율이 29.1%로 각각 상승했다. 만약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면서 주택 가격이 10% 하락하는 것과 같은 ‘복합 충격’이 발생하면 위험가구 비율은 14.2%, 위험부채 비율은 32.3%로 껑충 뛰었다.
특히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자산기준 5분위(상위 20%) 계층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기준 5분위 가구의 경우 금리 상승과 주택가격 하락이라는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시 위험가구 비율이 6.3%포인트, 위험부채 비율은 17.3%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기업들
기업들도 영 수익이 나지 않아 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업 매출액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전년 대비 ―0.1%)보다 큰 폭(―1.5%)으로 감소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2013년에 비해 0.4%포인트 하락한 4.3%에 그쳤다. 100만 원어치 물건을 팔아봐야 4만3000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5월에는 메르스라는 악재까지 터져 경제상황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달과 비교해 0.6% 줄었다. 올해 3월 이후 3개월 연속 산업생산이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인 반도체(―4.8%) 자동차(―3.7%) 생산이 크게 줄었다. 기업의 설비투자도 전월보다 1.3%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체들의 체감 경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악화됐다. 제조업의 6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6으로 집계돼 5월(73)보다 7포인트 떨어졌다. 이는 2009년 3월(56) 이후 6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메르스 확산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사태가 10월까지 이어지면 최대 13조2000억 원의 산업 생산 감소 효과가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 데다 외국인 직접투자 위축과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정세진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