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무심천 생태하천 탈바꿈하며 풍부한 먹이로 최적의 입지 갖춰 개체수 늘며 수백마리 날아와 둥지 소음-배설물 악취로 수업에 지장… 서식지 옮기는 9월까지 자연 정화 인간과 상생하는 환경 만들기로
충북 청주시 서원구 청주남중학교 뒷산의 백로 떼 서식지(위 사진). 이승훈 청주시장(가운데)과 시공무원 등이 지난달 30일 청주남중 뒤편 잠두봉에서 자연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청주남중 뒷산에서 청주교대 방향의 잠두봉 산책로로 이어지는 이곳에는 2012년부터 백로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수가 많지 않아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했고, 생태교육의 현장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개체수가 점차 늘어 지금은 700∼800마리가 청주남중 뒷산의 소나무 전체를 둥지 삼아 살고 있다.
이곳의 백로 떼가 한 번에 날기라도 하면 장관을 이뤄 탄성을 자아낸다. 이를 보는 일반인들은 도심 속 자연의 좋은 생태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매일 백로 떼와 마주하는 청주남중 교직원들과 학생들에게는 고역이다. 수백 마리의 백로 떼가 울어대는 소음에다가 백로 배설물, 백로 새끼 사체가 썩으면서 나는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또 백로 깃털이 날아들어 학교 급식 종사자들은 더운 여름철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
청주시는 또 백로 배설물과 깃털 등으로 학생과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백로 서식지 인근 지역과 청주남중 급식소, 배수로 주변을 주 3회 이상 집중 방역 소독하고, 백로 사체도 수시로 수거하고 있다. 청주시 이내율 자연보전팀장은 “조만간 환경단체와 청주교대, 시의원, 청주남중 교직원과 학부모 등으로 ‘잠두봉 백로 집단 서식지 이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백로의 안전한 서식지 이전과 수목 벌채, 가지치기의 가능 여부 등을 협의해 백로와 인간이 함께 상생할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청주남중 뒤편에 이처럼 백로 떼가 둥지를 튼 것은 이곳이 백로가 사는 데 최적의 입지를 갖췄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근 무심천이 청주시의 지속적인 수질개선 사업 덕분에 생태하천으로 탈바꿈해 안정적인 먹이 공급처가 된 것. 또 인근에 유기농 농경지가 늘고 천적인 맹금류가 없다는 것 등이 백로 떼의 번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대 박시룡 생물교육과 교수는 “울창한 소나무 숲을 이룬 이곳은 인근에 천적이 없고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가까워 백로가 살기에 최적지”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