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마산구장에 갔는데 기자실에 롯데과자가 있었다. 별 것 아닌 일 같지만, NC가 창단 이후 의도적으로 롯데제품을 ‘외면’했던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과거 롯데는 NC의 탄생 자체를 ‘방해’했다. 수십 년간 부산·경남에 깃발을 꽂아놓았는데, 난데없이 NC가 창원에 생겨 시장을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물러난 롯데의 전임 사장은 “롯데백화점 본점 한 곳의 매출에도 못 미치는 데”라는 식으로 NC의 모기업을 평가절하했다. NC도 ‘야구에서 롯데한테만큼은 절대 지지 말자’고 대응했다. 이랬던 두 구단의 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한 계기는 롯데가 이창원 사장-이윤원 단장 체제로 개편된 뒤부터다. 먼저 롯데에서 상생의 제스처를 보냈고, NC도 화답했다. NC 배석현 단장은 “잠실의 LG-두산전처럼 NC-롯데전이 흥행이 되려면 두 구단이 모두 잘해야 한다. 그래야 경남 지역에서도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한다.
#KBO에서 NC는 넥센과 더불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구단에 속하지 않는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NC에선 ‘외교력’과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미덕이 생명선처럼 작동한다. 외교력은 8개 거대기업과의 관계다. NC가 롯데와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인 점, kt에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 우선권을 양보한 사실, 2군이 경기도 고양에 정착할 때 kt의 양해를 먼저 구한 것 등이 그런 맥락에서다. 기존 구단들은 “그 정도 양보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NC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터다.
#또 하나, NC 프런트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투자’에 대한 절실함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이런 현실인식에서 나온 방편 중 하나가 2군 운영이다. 시골 외지에 넓은 부지를 사들여 콤플렉스를 구축한 대기업 야구단들과 달리, NC는 독립구단 원더스가 사라진 뒤 고양구장에 정착했다. 지하철로 출퇴근이 가능한 도심지에 2군 훈련장을 갖추자, 선수들의 경제적 부담이 줄었다. 야구단에선 오피스텔을 선수단에 마련해줬지만, 3년차가 넘는 선수들은 자기가 알아서 집을 마련하도록 했다. 1군에 올라갈 간절함을 키우라는 뜻에서였다. NC는 “2군 선수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주어진 형편에서 가장 합리적 방편을 찾은 셈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