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역직구 패션몰들이 상표권을 현지에 등록하지 않아 피해를 보고 있다. 상표권을 선점한 현지 업체들과 소송에 휘말리거나, 고생해서 현지 인지도를 쌓아도 오히려 ‘짝퉁’으로 몰려 사업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지난해 한류 드라마에 나온 ‘천송이 코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신생 업체들이 중국 온라인 시장에 대거 뛰어들었지만,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상표권을 등록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중국 역직구몰 컨설팅 업체 에이컴메이트의 도움을 받아 중국에 진출한 79개 패션몰의 상표권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2곳만이 자사 상표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22%(17곳) 수준이지만, 이마저도 6곳은 에이컴메이트가 국내 업체 보호 차원에서 상표를 선제 등록해 양도를 해준 업체들이다.
한류 드라마 영향으로 현지에서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에이컴메이트가 올해 5월 국내 인기 온라인 패션몰 상위 50개(랭키닷컴 기준·브랜드 입점 형태 사이트는 제외)의 중국 내 상표권 보유 현황을 분석한 결과 15개 업체가 상표권을 현지 업자에게 빼앗겼는데, 이 중 9개는 지난해와 올해 초에 집중적으로 상표권 등록이 이뤄졌다.
현지 사정에 밝은 전자상거래업계 관계자들은 당장 중국 사업 계획이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현지에 상표를 등록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에서 뜨는 쇼핑몰을 파악해 상표를 선점하는 전문 브로커들이 갈수록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재 에이컴메이트 팀장은 “현지에 ‘짝퉁’ 브랜드가 유난히 많은 만큼 초기에 행정처리에 드는 비용 150만∼300만 원만 투자하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용이 부담스러운 중소업체의 경우 특허청에서 진행하는 해외상표출원 지원제도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허청 산하의 해외지식재산센터를 방문해 상표 출원과 관련한 비용지원 등을 상담받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최대 300달러까지 지원을 해주고, 의미와 발음이 좋은 한자로 현지 상표를 등록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억울하게 자사의 상표를 빼앗겨도 소송을 통해 되찾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당장 중국 진출 계획이 없어도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상표 등록을 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