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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나이키, HP의 공통점은 ‘메이드 인 스탠퍼드大’

입력 | 2015-07-02 03:00:00

[캠퍼스 기업가센터, 희망 쏜다]<1>대학, 기업가 교육의 텃밭




스탠퍼드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STVP)은 1990년대 초 설립된 스탠퍼드대 경영 과학·공학 부문 산하의 기업가 정신 교육·연구기관이다. STVP 소속 학생들이 강의에 참여하는 모습. STVP 홈페이지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기업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는 원래 미국 오리건대의 육상부 선수였다. 사업을 하기로 결심한 나이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창업론 강의를 수강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은 단순 경영학 이론을 넘어서 기업가 정신을 비롯해 창업과 투자 유치에 관련된 각종 비즈니스 기술을 연마시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이트는 1962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년 만에 육상부 코치였던 빌 보워먼과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 리본 스포츠’를 설립했다. 일본 러닝화를 수입해 승합차에서 팔던 이들은 이후 무게를 줄인 러닝화를 직접 개발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딴 자체 브랜드(나이키)를 붙였다. 현재 나이키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스포츠 기업이다.

스탠퍼드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STVP) 센터의 내부. 중소기업청 제공

○ ‘실전 창업 과정’ 가르치는 스탠퍼드

구글과 나이키, HP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스탠퍼드대 출신 창업자들이 이 대학 기업가센터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기업이다. 2012년 기준 스탠퍼드대 출신이 창업한 기업의 연간 매출은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2조7000억 달러다.

실리콘밸리 중심에 있는 스탠퍼드대는 동문 네트워크 및 전문가 모임 등을 활용한 창업 관련 멘토링에 주력한다.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플러그앤드플레이(Plug-and-Play) 등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기관과 연계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스탠퍼드대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유치한 벤처 자금은 41억 달러로 미국 내 1위다.

스탠퍼드대는 공과대 내에 기술창업 특성화 과목을 다수 배치해 창업 과정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학기마다 11개 팀을 선발해 소비자 발굴, 제품 개발, 기획, 재무, 시장 진입 전략, 지식재산권 등 초기 단계의 창업에 대한 교육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또한 실제 창업기업가와 벤처투자자, 지식재산권 관련 전문가, 기술 전문가가 강의 및 멘토링을 제공한다. 수업의 최종 단계에서는 벤처캐피털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사업 피칭도 진행한다.

이외에 경영대학원에서 운영하는 기업가 정신 과정은 공학, 의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선발해 비즈니스 스킬을 종합적으로 교육하며 지속적으로 벤처캐피털과의 미팅을 주선하기도 한다. 경영대의 창업연구센터와 연계돼 동문이나 창업자, 벤처투자자들이 함께하는 강의와 모임, 콘테스트 등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 및 각종 정보 획득이 용이하다.

○ 정부, 한국형 대학 기업가센터 키운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대학이 기업가 교육의 텃밭으로 자리 잡은 사례가 많다. 미국에는 스탠퍼드대처럼 전담 강의를 구성하는 것 외에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뱁슨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버드대, 시카고대 등 유수 명문대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창업 및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센터를 두고 있다. 핀란드 알토대 등 유럽에도 유사 사례들이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기업가정신대학은 스톡홀름 상위 5개 대학이 연합해 창업 관련 학위과정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가상대학으로 스웨덴 벤처창업가의 산실이다. 일본 규슈대도 2010년 기업가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러한 해외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형 대학 기업가센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KAIST 한양대 포항공대 인하대 숙명여대 등 6개 대학에 창업 전담 조직으로 대학 기업가센터를 열어 창업 전공 강좌와 동문 창업 경진대회, 해외 인턴십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초기 3년간 사업비 7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내는 구조다.

국내 대학 기업가센터는 △창업전공과정 개설과 사업 경진대회·창업인턴십 등 실전 창업 프로그램 운영 △동문 기업가·벤처투자자 등 창업네트워크 지원 및 멘토링·투자 기반 마련 △컨설팅 및 창업 인큐베이팅 체계 구축 △국내외 창업 교육 모델 및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류창완 대학 기업가센터 협의회장은 “그간 국내의 창업은 생계형의 비중이 높았고 고학력자들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해외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탄탄한 창업론과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고학력자들이 창업 전선에 앞장설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