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기업가센터, 희망 쏜다]<1>대학, 기업가 교육의 텃밭
스탠퍼드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STVP)은 1990년대 초 설립된 스탠퍼드대 경영 과학·공학 부문 산하의 기업가 정신 교육·연구기관이다. STVP 소속 학생들이 강의에 참여하는 모습. STVP 홈페이지
나이트는 1962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년 만에 육상부 코치였던 빌 보워먼과 나이키의 전신인 ‘블루 리본 스포츠’를 설립했다. 일본 러닝화를 수입해 승합차에서 팔던 이들은 이후 무게를 줄인 러닝화를 직접 개발했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승리의 여신 니케(Nike)를 딴 자체 브랜드(나이키)를 붙였다. 현재 나이키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의 스포츠 기업이다.
스탠퍼드 테크놀로지 벤처 프로그램(STVP) 센터의 내부. 중소기업청 제공
실리콘밸리 중심에 있는 스탠퍼드대는 동문 네트워크 및 전문가 모임 등을 활용한 창업 관련 멘토링에 주력한다.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 플러그앤드플레이(Plug-and-Play) 등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 투자기관과 연계돼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스탠퍼드대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유치한 벤처 자금은 41억 달러로 미국 내 1위다.
스탠퍼드대는 공과대 내에 기술창업 특성화 과목을 다수 배치해 창업 과정을 집중 교육하고 있다. 학기마다 11개 팀을 선발해 소비자 발굴, 제품 개발, 기획, 재무, 시장 진입 전략, 지식재산권 등 초기 단계의 창업에 대한 교육을 원스톱으로 진행한다. 또한 실제 창업기업가와 벤처투자자, 지식재산권 관련 전문가, 기술 전문가가 강의 및 멘토링을 제공한다. 수업의 최종 단계에서는 벤처캐피털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제 사업 피칭도 진행한다.
이외에 경영대학원에서 운영하는 기업가 정신 과정은 공학, 의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선발해 비즈니스 스킬을 종합적으로 교육하며 지속적으로 벤처캐피털과의 미팅을 주선하기도 한다. 경영대의 창업연구센터와 연계돼 동문이나 창업자, 벤처투자자들이 함께하는 강의와 모임, 콘테스트 등을 통해 네트워크 형성 및 각종 정보 획득이 용이하다.
해외에서는 이처럼 대학이 기업가 교육의 텃밭으로 자리 잡은 사례가 많다. 미국에는 스탠퍼드대처럼 전담 강의를 구성하는 것 외에 매사추세츠공대(MIT)와 뱁슨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버드대, 시카고대 등 유수 명문대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창업 및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센터를 두고 있다. 핀란드 알토대 등 유럽에도 유사 사례들이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기업가정신대학은 스톡홀름 상위 5개 대학이 연합해 창업 관련 학위과정과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가상대학으로 스웨덴 벤처창업가의 산실이다. 일본 규슈대도 2010년 기업가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국내 대학 기업가센터는 △창업전공과정 개설과 사업 경진대회·창업인턴십 등 실전 창업 프로그램 운영 △동문 기업가·벤처투자자 등 창업네트워크 지원 및 멘토링·투자 기반 마련 △컨설팅 및 창업 인큐베이팅 체계 구축 △국내외 창업 교육 모델 및 전문 인력 양성 등의 역할을 맡아왔다. 류창완 대학 기업가센터 협의회장은 “그간 국내의 창업은 생계형의 비중이 높았고 고학력자들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다”며 “해외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탄탄한 창업론과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고학력자들이 창업 전선에 앞장설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