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한국공무원 탄 버스 추락]참사 부른 무리한 연수 일정
1일 참변을 당한 지방공무원 연수단 일행의 첫 사흘간 일정이다. 2일 본보가 입수한 역사탐방 세부 일정표를 보면 연수단은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를 출발해 최종 목적지인 랴오닝(遼寧) 성 뤼순(旅順)을 향해 동서를 길게 횡단하고 있었다.
일정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9시 50분 비행기로 옌지에 도착한 연수단은 첫날 옌지, 룽징(龍井), 허룽(和龍) 등지의 항일 유적지를 관람하고 당일 저녁 곧바로 3시간 정도 걸리는 백두산 인근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진으로 이동했다. 다음 날에는 백두산 등정을 마친 뒤 휴식 없이 6시간 거리인 퉁화(通化)까지 갔다. 고구려의 옛 수도 국내성 유적지가 있는 지안(集安)에 최대한 가까이 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저가 여행’ 논란도 일고 있다. ‘1인당 76만 원(항공료 제외)’이 일정에 비해 너무 싸다는 것이다. 국내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코스에서 숙박비 식대 교통비 모두를 고려하면 76만 원은 싼 편”이라며 “다른 부분에 소홀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수 준비 과정에서도 허술한 점이 있었다. 100명이 넘는 대규모 연수였지만 지방행정연수원은 버스 운전사의 운전면허, 사고 경험 유무 등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파악하지 못했다. 연수원 교육 관계자는 2일 “가이드 정보는 미리 받지만 운전사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규모 연수나 패키지관광 때 국내 여행사가 현지 업체에 숙소부터 교통 식사까지 모든 걸 맡기는 ‘하청 시스템’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아펙스 평화관광 관계자는 “우리가 일정을 짜고 현지 협력사에 보내면 그쪽에서 다 알아서 한다”며 “운전사도 현지에서 투입하기 때문에 우리도 잘 모르고 (연수원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사상자 가족은 사고 발생 4시간이 지난 1일 오후 8시 40분에야 사고 소식을 접했다. 연수원 측이 중국 출국 전 가족 연락처 등 ‘비상연락망’을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수원 측은 “가족들의 연락처는 개인정보라 여겨 파악하지 않았다”며 “사고 이후 피해 공무원이 소속된 지자체에 연락해서 가족 연락처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철호 irontiger@donga.com·김호경·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