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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만평?… 만국 공통어!

입력 | 2015-07-04 03:00:00

◇세상을 향한 눈/장크리스토프 빅토르 지음/조홍식 옮김/
292쪽·2만2000원·문학동네




사스 사태 당시 중국의 태도를 비난한 샤파트의 만평. ⓒChappatte_20030410_France

2002년 중국 광둥 성에서 발생한 사스(SARS) 바이러스는 이듬해 홍콩으로 넘어간 뒤 동남아시아로 전파됐다. 하지만 사스의 진원지인 중국 정부는 국내 감염자 수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했다. 프랑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의 만평가 샤파트는 공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을 보여주면서 중국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한 편의 만평을 선보였다. 이 만평은 싱가포르, 베트남, 홍콩 사람의 입을 가린 마스크와 중국 정부 관료의 입을 가린 ‘X자 표시’를 모두 빨간색으로 묘사해 단순하지만 강렬한 대조를 이뤘다. 일주일 뒤 중국 정부는 베이징의 상황과 감염자 수를 공개했다.

저자인 장크리스토프 빅토르는 “만평은 민주주의의 도구이며 만평가는 정치적 행위자”라고 말한다. 만평가들은 뉴스를 해석하고, 간략하고 날카로우며 신랄하고 과장된 표현을 통해 독자들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고 세상을 움직인다.

이 책은 시리아의 알리 페르자트 등 각국의 만평가들이 정치적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다룬 250여 편의 만평을 시대순으로 실었다. 저자는 만평이 나온 역사적 배경과 함께 설명을 꼼꼼히 담았다. 하지만 굳이 설명이 없어도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뚱뚱하고 마른 두 몸이 대충 한 듯한 바느질로 연결된 라이너 에흐르트의 만평은 1990년 동서독의 갑작스러운 통일과 이에 따른 불안감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만평은 만국 공통어이며 비판의 대상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벨라루스나 북한의 언론에는 만평이 실리지 않는다는 저자의 설명에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