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원 산업부 차장
2006년 1월 1일자 동아일보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한 근로자가 ‘펄펄 끓는 쇳물’을 앞에 두고 작업하는 사진이 게재됐다. 당시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었다.
사실 당시 이미 포스코는 공정의 대부분을 자동화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방열복을 입고 작업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공장에는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근로자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1973년 포항제철소에서 한국 최초의 쇳물이 생산된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제철 작업은 근로자의 경험에 의존해왔다. 숙련공들은 기계 소리만으로 공정의 이상 유무를 판단했다. 그런 제철소에 자동화를 넘어 정보화가 도입되고 있다. 격세지감이 든다.
이처럼 포스코의 기술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는 것도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최고경영자(CEO)의 중도 퇴진과 사법 당국의 수사다.
검찰은 3일 포스코건설 비리와 관련해 포스코 서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정준양 전 회장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데자뷔(기시감)’가 느껴진다.
민영화 공기업인 포스코의 최고 경영진이 임기와 관련해 구설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박태준 전 명예회장을 비롯해 황경로, 김만제, 유상부, 이구택 전 회장이 모두 임기 도중에 사퇴했다. 오늘날 포스코가 세계적인 철강기업이 된 데는 이들의 공이 적지 않지만 이들 가운데 ‘명예 퇴진’은 없었다.
#2 위기 뚫을 경쟁력 키워야
글로벌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철강재 수요가 줄어 공급 과잉이 되면서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포스코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위기를 감지한 포스코는 5월 권오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했다. 25개 계열사 대표 전원이 사표를 내며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의 사퇴를 두고 불거진 내홍과 미흡한 대응은 위기관리 능력의 한계를 보였다. 최근 포스코 쇄신위가 거래 관행에 도입을 검토 중인 ‘경쟁 원칙’도 외부에서 보기엔 실망스럽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쇄신위는 포스코 외주 파트너사 선정에 완전 경쟁 입찰 도입을 검토했으나 제철소가 민감한 기술을 다룬다는 이유로 모든 부문에 경쟁 입찰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포스코 내부에 느슨한 경쟁이 이어지는 사이 외부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중국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은 중국 바오스틸 주가가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118.1% 오르는 동안 포스코 주가는 19.9% 떨어졌다고 분석했다(5월 22일, 변종만 연구원).
작업장에 근로자의 손길이 필요하던 시절 포스코의 주가는 76만5000원(2007년 10월 2일)을 찍었다. 현재는 22만6500원(3일 종가 기준)이다. 주가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면 ‘자동화된’ 포스코의 미래가 ‘수동식’ 포스코의 미래보다 어둡다는 의미다. 업황이 좋을 때 실적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기업의 저력은 어려울 때 차별화된다.
물론 포스코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변명을 다 들어주기에는 포스코가 한국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이 너무 크다.
포스코는 대한민국 산업의 버팀목이 돼 온 기업이다. 국민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 앞으로도 그 역할을 이어가야 할 사명도 있다. 포스코가 안에서부터 위기를 돌파할 경쟁력을 키워야 할 이유다. 그리고 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포스코 쇄신위의 과제다.
주성원 산업부 차장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