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인과 박석민의 연이은 부상 속에 삼성 구자욱의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삼성 내야진에서 조금씩 자신의 역할을 늘려가며 소금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금껏 상대한 투수들 통틀어 최고”
“제가 그동안 본 공들 가운데 최고였어요. 그래서 기억에 남습니다.”
삼성 구자욱(22)은 ‘올해의 발견’이다. 류중일 감독이 기대했던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석민, 채태인 등 핵심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질 때마다 빈 자리를 성공적으로 메웠다. ‘잘 키운 구자욱 하나, 열 백업 안 부럽다’는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구자욱은 5월 8일 문학 SK전에서 김광현과 처음 맞섰다. “그때 바깥쪽으로 직구가 ‘팍’ 하고 와서 꽂히는데, 나도 모르게 ‘우와’ 했다”며 “이래서 다들 김광현 선배님을 훌륭한 투수라고 하는구나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김광현은 그날 7이닝 3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최고의 피칭을 했고, 구자욱은 3타수 무안타로 돌아섰다.
그 후 구자욱은 6월 19일 문학 SK전에서 김광현과 다시 만났다. 김광현은 그날도 7이닝 5안타 8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구자욱의 결과는 달랐다. 3번째 타석에서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때려냈다. 구자욱은 “1군에 와서 상대했던 투수를 통틀어서 정말 가장 좋은 공이었다. 용병투수들보다 오히려 더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지셔서 첫 경기 이후로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내가 친 공이 비록 실투이긴 했지만 그래서 그런지 2루타를 치고 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끝내기안타나 첫 홈런처럼 빛나던 순간보다, 스스로 자신의 과제를 극복해나가는 장면에서 더 큰 의미를 느낀 구자욱. 올해 그가 승승장구하는 비결인 듯하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