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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축구 종주국, 과학한류로 지켜야”

입력 | 2015-07-06 03:00:00

8월 대전 ‘로봇 월드컵’ 김종환 교수… “대회 모방한 日, 기업 후원에 급성장”




1999년 1월 시작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카이스트’에선 로봇으로 축구 경기를 벌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 드라마로 국민에게 알려졌던 로봇축구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대전 KAIST에서 1996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매년 각국에서 경기가 열리고 있다.

한국이 ‘종주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로봇축구, 그 중심에 있는 세계로봇축구협회(FIRA)의 회장인 김종환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사진)를 1일 KAIST에서 만났다. FIRA는 1996년 김 교수를 중심으로 출범했다. 김 교수는 로봇축구를 처음 창안한 인물.

그는 ‘로봇축구를 어떻게 만들게 됐느냐’는 질문에 느닷없이 “그 당시 우리나라 과학계가 세계화에 도전할 필요가 있었다”는 다소 엉뚱한 답을 내놨다.

“그 시절엔 해외 배낭여행이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막상 세계무대를 보고 온 학생들이 오히려 열등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지요. 과연 저들과 겨뤄 우리가 주역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죠.”

이를 본 김 교수는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나라만의 번듯한 국제행사를 만든다면 주도적 입장에서 세계무대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자신의 특기인 소프트웨어 기술을 살려 로봇 경기를 계획하고, 종목은 전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로 점찍었다. 이 구상은 대성공이었다.

세계로봇축구대회인 FIRA 대회를 1996년 1회, 1997년 2회 KAIST에서 개최하면서 국제사회도 로봇축구에 흥미를 가졌다. ‘다음 대회는 우리가 개최하겠다’고 신청하는 나라들도 줄을 이었다. 3회 대회는 프랑스, 4회 대회는 브라질, 5회 대회는 중국에서 잇따라 열렸다. 지금은 매년 대회가 열릴 때마다 적게는 40∼50팀, 많게는 100팀 가깝게 몰려든다.

로봇축구는 우리나라에서 시작했지만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FIRA 대회를 본떠 만든 ‘로보컵’은 소니 등 일본 대기업의 강력한 후원이 뒷받침되면서 급성장했다. 지금은 루이뷔통, 오라클 등 세계적 대기업의 지원을 잇달아 유치하면서 오히려 더 주목받는다. 반면 FIRA는 기업 후원 없이 개최국에서 대회 운영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로봇축구의 스무 살 생일잔치를 안방에서 치를 예정이다. 8월 4일부터 9일까지 KAIST 인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50여 팀 8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 FIRA’ 대회를 개최한다. 그는 “로봇축구를 진행하려면 사물인식기능, 인공지능, 기계제어기술 등 총체적인 과학기술이 필요하다”며 “로봇축구가 단순한 대회가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과학문화상품’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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