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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 한줄]학창시절 ‘우정의 밀당’ 담긴 비밀노트 펼쳐보니…

입력 | 2015-07-06 03:00:00


《 사랑하니까 미워할 수도 있다는 거지. 조금 어렵긴 하지만 대충은 알 것 같아. 제일 두려운 건 네가 날 미워하는게 아니라 무관심해지는 거야. 스르르 멀어져 잊히는 거.” ―비밀노트(김지숙·다른·2015년) 》

마침 어젯밤, 친구 서영이가 카톡을 보내왔다. “이거 봐 미치겠다. ㅋㅋㅋ” 고등학교 때 둘이 주고받았던 비밀노트였다. 1999년 이맘때 수학여행으로 간 경주 불국사 다보탑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도 붙어 있고, 둘이 3년을 따라다녔던 사회선생님 이야기도 가득했다. 이마에 하나둘 나기 시작한 여드름 고민이며, 여름방학 동안 학교에 나가 자율학습을 해야 돼서 짜증이 난다는 이야기도 보였다.

지금은 즐겁기만 한 추억인데, 곰곰이 떠올려보면 가장 힘들었던 것도 이때였다. 1학년 때부터 단짝친구였던 서영이하고도 쉽지만은 않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멀어질까봐 걱정됐고, 나 말고 애리랑 더 친해질까봐 두려웠다. 아직 감정에 서투른 나이에, 자기감정을 감추고 친구들의 감정을 살피느라 애를 썼다. 돌이켜보니 ‘좀 더 솔직할 걸…’ 싶다.

소설 ‘비밀노트’를 읽으며 나의 10대 시절이 떠올랐다. 책은 10대 소녀들이 빚어내는 우정의 여러 단면을 보여주는 청소년 소설이다. 감정에 너무 솔직해서 왕따를 당하는 영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인기가 많지만 진심을 드러내본 일이 없는 수아, 큰 키만 빼고는 모든 게 어중간하지만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미경. 세 명의 주인공은 10대를 겪고 있거나 겪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쉬이 그릴 수 있는 전형적인 10대 소녀다.

“영주가 자살했대.” 한때는 가장 친했지만, 어느 순간 멀어져버린 친구의 충격적인 소식에서 세 소녀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 소녀는 각자의 입장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퍼즐처럼 조각을 맞춰 나간다. 동경과 질투, 집착으로 일그러진 우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이 된 이들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민한 10대 소녀들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잊고 있었던 자신의 10대 시절과 마주하게 된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