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 “운전면허 쉽게 딴다” 한국러시에 “사고 증가” 비난여론 경찰청에 공문 뒤늦게 드러나
한국에서 실제 취득한 운전면허증(오른쪽)과 국제면허증을 담은 제주도 ‘면허관광’ 광고 일부. ‘4일 내 취득 보장’이란 문구가 담겨 있다. 중국 웹사이트 캡처
국내 자동차운전면허제도가 2011년 6월 간소화되면서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중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기 체류 자격으로 국내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한 중국인은 4662명으로 2013년 455명에 비해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대부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서 면허를 취득했다.
중국인들은 싸고, 쉽고, 빠르게 운전면허를 딸 수 있어 한국으로 몰린다. 중국에서는 운전면허를 따려면 짧게는 45일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걸린다. 비용도 최소 7000위안(약 126만 원)이 들고, 1만 위안(약 180만 원)이 넘기도 한다. 이 돈이면 한국에서 관광도 하고 면허도 딸 수 있다. 중국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은 한국 운전면허를 공식 운전면허로 인정해 별도의 교통법규 필기시험만 통과하면 중국 운전면허를 내준다.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따는 중국인이 급증하자 중국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너무 쉬운 한국면허 취득자가 늘어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는 여론이 반영된 탓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는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단기 체류 중국인의 한국 내 면허 취득을 제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청은 현행법상 국내 단기 체류자의 면허 취득을 제재하기 어렵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을 중국인에게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이유였다.
전문가들은 간소화된 운전면허 제도로 인해 외국인의 면허 취득이 늘면서 자칫 한국 운전면허증의 국제 공신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국가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철기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운전면허 시험이 전 세계에서 가장 쉬운 면허시험으로 전락하면서 외국인들이 원정 오는 지경”이라며 “이런 현상 자체가 국제적 망신이며 운전면허제도 강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