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자 병실 환기구 달고 에어컨 청소… 6인실은 모두 4인실로 바꿔 방역 강화
3일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 외부 방역업체 직원들이 병원 내 시설을 소독하기 위해 훈증멸균살균기계를 옮기고 있다. 이 병원은 메르스로 인해 한 달여간 폐쇄됐다가 6일 재개원한다. 평택=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성모병원 진료 재개를 축하합니다.’(평택 초중학교 동문회)
재개원(6일)을 하루 앞두고 마무리 준비가 한창인 5일 오전 경기 평택시 평택성모병원. 병원 주변엔 그동안 물질적 피해는 물론이고 마음고생이 심했을 병원 측을 응원하기 위해 평택시민들이 마련한 현수막 10여 개가 붙어 있었다. 정문 옆에는 6일부터 병원을 찾을 환자들을 위해 선별진료소도 세워졌다. 재개원 이후 이곳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선별진료소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을 점검한 뒤 건물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병원은 5월 20일 국내 최초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진원지’라는 오명을 얻었고, 감염자가 계속 나오자 5월 29일 병원 스스로 자체 폐쇄했다. 지금까지 이 병원에서 감염된 메르스 환자는 사망자 6명을 포함해 37명. 이 원장은 “환자와 그 가족들 그리고 병원 직원들의 어려움을 계속 지켜봤던 지난 한 달은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며 “빨리 일상을 되찾고 좋은 병원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스로 인한 이 병원의 피해는 상당했다. 병원 측은 피해액이 최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직원 270여 명은 자가 격리 조치됐고, 지난달 월급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병원 측은 이달 월급도 전액 지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 직원 A 씨는 “월급 삭감도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주변에서 ‘도대체 어떻게 관리하길래 병원이 감염병의 진원지가 될 수 있느냐’는 따가운 시선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며 “어떻게 한 달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개원을 앞두고 병원 측은 다양한 개선 작업을 했다. 병원 전체를 밀폐한 뒤 420개 병상과 응급실, 보호자 대기실 등 병원 구석구석을 소독했다. 또 최초 메르스 환자(1번 환자)가 머물렀던 병실에는 환기구를 설치하고, 바이러스가 발견된 에어컨도 집중적으로 청소했다. 다인실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6인실을 모두 4인실로 바꿨다. 다수의 환자가 함께 머물다 보니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당초 1일 재개원할 예정이었지만 소독을 한 차례 더 해달라는 질병관리본부의 권유를 받아들여 재개원을 6일로 늦췄다.
평택=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