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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에 취약한 한국 응급실 시스템, 빨리 개선을”

입력 | 2015-07-06 03:00:00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총장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감염병 발생 과정에서 한 사회의 보건의식도 높아진다”며 “한국이 메르스 사태를 통해 얻은 교훈은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DB

“한국 정부와 의료계는 국제적인 수준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롬 김(김한식)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은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공원 IVI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메르스 사태는 한국처럼 의료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도 신종 감염병이 얼마든지 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어느 정도 상황이 안정돼 가고 있는 만큼 메르스 확산을 통해 얻은 지식과 교훈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은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할 경우 어느 사회나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을 여행금지 국가 리스트에 올리지 않은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한국의 메르스 대응에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한국의 병원 문화와 운영 시스템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총장은 “미덕으로 여겨지는 병문안 문화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 감염병에 취약한 응급실 시스템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명확히 드러난 만큼 이에 대한 개선책은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스 예방 백신 개발에 대해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구기관에서 메르스 백신에 대한 연구가 기술적으로는 인체 실험을 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행됐지만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다양한 인체 실험, 나아가 대규모 생산까지 진행되는 건 쉽지 않다는 것. 그는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백신의 개발 시기를 예상하는 건 어렵다”며 “IVI도 당분간은 콜레라, 장티푸스, 뎅기열 등과 관련된 백신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계 이민 3세인 김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김현구 선생의 손자. 감염내과 의사로 에이즈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설립을 주도한 국제기구인 IVI에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2일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