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천재 수학자 김민형 교수(왼쪽)와 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
김 교수의 미국 유학으로 단절됐던 두 사람의 관계가 지난해 테니스를 통해 다시 이어진 것이다. “처음 본 순간 서로를 바로 알아봤다”는 주 회장은 지난주 개막한 윔블던을 다시 찾아 김 교수와 재회한 뒤 지난 주말에는 노바크 조코비치와 세리나 윌리엄스 등 스타들의 경기를 함께 지켜봤다. 김 교수는 “1970, 80년대 한국 테니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형님(주 회장) 응원하러 장충코트에 자주 갔는데 잘 챙겨 주셨다”고 회고했다.
주 회장과 김 교수는 모두 학교 스포츠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 수학 최고 분야인 산술대수 기하학의 대가로 꼽히는 김 교수는 “학교 체육은 여가를 즐기고 체력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이다. 역사적으로도 플라톤 같은 철학자나 수학자들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단련시켰다. 전인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독 시절 이형택 조윤정 등을 길러낸 주 회장도 “지적 능력을 키우지 않는 운동선수는 한계에 부딪친다. 학생들도 제대로 운동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 공부를 잘하면 부모가 행복하고 운동을 잘하면 학생 스스로가 행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난 수학자이지만 운동선수의 기량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다. 수학은 세상의 원리를 단순화해 설명한다. 경기 데이터를 분석해 훈련에 활용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운동이나 공부나 결국은 창의력과 응용력, 임기응변 등이 성패를 좌우한다. 김 교수를 초빙해 선수들과 만남의 시간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주 회장에게 테니스를 배웠던 김 교수는 지난해 다시 라켓을 잡기 시작했다. 12세와 16세인 두 아들과 부자(父子) 대결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달 말 이화여대 방문교수로 한국을 찾는 김 교수는 “감독과 선수, 부모와 자식은 모두 소통과 대화가 중요하다. 운동이 그런 면에서도 좋다. 서울에서 테니스 한 번 치자”며 웃었다.
윔블던=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