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가 고조되면서 유럽 펀드 투자자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유럽 주식형펀드는 올해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인기를 끌며 뭉칫돈을 빨아들였지만 그리스 악재가 불거지면서 수익률이 고꾸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시장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어느 정도 수익을 거둔 투자자라면 펀드를 처분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공포감에 사로잡혀 손실이 난 펀드를 무작정 환매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 유럽 펀드, 순유출로 돌아서
유럽 주식형펀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에 힘입어 유럽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간 1조3400억 원이 넘는 뭉칫돈이 몰렸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에 빠지면서 발길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유럽 주요국 증시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유럽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유럽 주식형펀드 175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3.84%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1개월 및 3개월 수익률은 각각 ―2.30%, ―1.98%로 손실로 돌아섰다.
펀드별로 보면 유럽 펀드 중 올해 가장 많은 자금(6871억 원)이 몰린 ‘슈로더 유로자’ 펀드는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2.04%로 반전됐다. 올 들어 2000억 원 이상이 유입된 ‘알리안츠 유럽배당자’ 펀드도 3개월간 수익률이 ―4.46%에 이른다.
5일(현지시간) 유럽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한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로 유럽 증시가 충격을 받으면서 유럽 주식형펀드의 수익률도 당분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에 일찌감치 유럽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이미 10% 이상의 수익을 낸 만큼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펀드를 환매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하지만 손실이 난 펀드를 대거 환매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남아 있는데다 그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증시에 많은 부분이 반영돼 충격이 크고 길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고점에 들어가는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10% 정도 빠졌을 텐데 지금 불확실성이 가장 큰 상황에서 환매하는 것은 뒤늦은 반응”이라며 “손절매 구간을 정해놓고 앞으로 그리스 사태의 흐름을 좀더 지켜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유럽시장의 회복세를 고려해 이번 그리스사태의 고비가 해소된 직후를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가 삼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훈 팀장은 “유럽 증시가 그리스 사태로 흔들렸지만 이 고비만 지나면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시장”이라며 “독일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그동안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고 양적완화로 풀린 자금이 갈수록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 분할 매수(자산 가격이 낮아질 때마다 매수) 방식으로 유럽 펀드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