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사는 50대 주부 김모 씨는 최근 오래된 김치냉장고를 없애고 대신 김치냉장고가 결합된 대용량 일반 냉장고를 샀다. 기존에는 김치냉장고, 냉장고, 냉동고를 갖고 있었지만 음식과 식재료를 꽉꽉 채우는 습관 때문에 저장 공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제 음식 저장 공간이 좀 넉넉해졌다 싶었지만 웬걸, 한 달 정도 지나니 다시 냉장고가 꽉 찼다.
김 씨처럼 집마다 여러 종류의 냉장고를 2, 3개씩 보유하는 가정이 늘면서 가정에서 쓰는 전력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장볼 시간이 부족한 워킹맘들은 식재료와 음식을 한꺼번에 구입해 여러 냉장고에 꽉꽉 채워둔다.
전문가들은 냉장고를 잘 쓰는 요령이 있다고 지적한다. 냉장고는 하루 24시간 가동되는 가전제품인 만큼 사소한 잘못된 습관만 바로잡아도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우선 냉장실을 꽉꽉 채워두는 습관을 버리는 게 좋다. 냉장실은 전체용량의 60% 이하로 사용해야 냉기가 잘 순환되기 때문에 냉장이 잘 된다. 거꾸로 냉동실은 꽉꽉 채워 넣어야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다. 냉동된 음식물은 자신의 냉기를 옆에 맞닿은 다른 음식물에 전해줄 수 있기 때문에 다닥다닥 붙여서 가득 넣는 게 좋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냉장고는 주변온도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냉장고의 뒷면은 벽면과 10㎝ 이상, 옆면은 벽면과 30㎝ 이상 떨어지게 설치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수시로 냉장고 문을 열고 닫는 습관도 좋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하루에 냉장실 문을 20분 간격으로 27회, 냉동실 문을 50분 간격으로 11회 열고 닫은 뒤 월간 소비전력량을 측정한 결과 문을 한 번도 열지 않고 가동시켰을 때에 비해 약 30% 높았다. 이 때 추가로 든 전기요금은 약 2600원이었다.
무엇보다 냉장고를 구입할 때 월간 소비전력량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주변 온도를 32도로 유지한 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2등급, 용량이 900L인 4도어 냉장고의 월간 소비전력량을 측정한 결과 삼성전자(43.4kWh), LG전자(51.4kWh), 대유위니아(70kWh) 순이었다. 전기요금을 1kWh당 160원으로 가정하면 삼성전자 제품이 최대 월 4256원을 절감할 수 있다.
전력거래소의 ‘2013년 가전기기 보급률 및 가정용전력 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일반 냉장고는 연간 전력사용량이 350kWh로, 보온용 전기밥솥(604kWh)에 이어 가전제품 중 전력사용량 2위였다. 냉장고를 사용하는 습관을 잘 들여야 하는 이유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