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았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두 회사의 합병 비율 산정 때 삼성물산의 주가가 적정가치보다 49.8% 할인됐다는 ISS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ISS가 산출한 삼성물산 영업가치(7조3000억 원)가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SS는 삼성물산 영업가치를 역사적 호황기인 2014년 실적을 기준으로 산출했다”면서 “이밖에도 관계사 배당금을 중복 계산하고 기타자산을 영업가치에 포함하는 등 오류가 많다”고 평가했다. ISS가 제시한 삼성물산의 적정 가치는 11만234원이지만 한국투자증권은 5만9269원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는 4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작년 말부터 저유가로 인한 해외건설시장 축소 등으로 건설주 전체의 영업가치가 하락한 만큼 주가가 이를 반영하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합병에 관계없이 건설 부문의 영업가치는 지속적으로 감소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또 증권가는 제일모직이 적정가치 대비 41.4% 과대평가됐다는 ISS의 주장이 바이오사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SS는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 지분가치를 1조5000억 원으로 봤다. 하지만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의 바이오 지분 가치는 2020년 실적을 기준으로 합병시 9조9000억 원, 미합병 시 9조 원으로 예상된다”며 “이 지분가치를 1조5000억 원으로 평가한 ISS의 분석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ISS가 가치를 낮게 평가한 제일모직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28% 하락한 17만7000원에, 높게 평가한 삼성물산 주가는 1.79% 하락한 6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