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한때 ‘골프 신동’으로 불렸다. 2008년 US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가 갖고 있던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깨뜨렸다. 그때 나이 18세 1개월이었다. 2009년 2월에는 조니워커 클래식에서 유러피안투어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해 4월 프로로 전향한 뒤 캘러웨이와 연간 1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스폰서가 쏟아져 돈방석에 앉았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부진에 허덕이며 게으른 천재라는 말까지 들었다. 부상도 찾아왔다. 프로가 된 뒤 6년 넘도록 거둔 우승은 한 차례뿐이었다. 그것도 2부 투어에서였다. 그런 그가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그는 6일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올드화이트TPC(파70)에서 끝난 그린브라이어클래식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25)다.
대니 리는 최종 합계 13언더파 267타를 기록해 케빈 키스너, 로버트 스트렙(이상 미국), 데이비드 헌(캐나다)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3)에서 열린 1차 연장전에서 대니 리와 헌은 나란히 버디를 낚아 키스너와 스트렙을 따돌렸다. 17번홀(파5)에서 계속된 2차 연장전에서 대니 리는 3온한 뒤 12m 거리를 2퍼트로 홀아웃하며 파를 지켰다. 반면 헌은 나무 뒤와 벙커 턱을 전전하면서 5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리며 보기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8세 때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 티칭프로 출신인 어머니 서수진 씨 밑에서 골프를 배운 대니 리는 우승 상금 120만6000달러(약 13억5000만 원)에 올 시즌 브리티시오픈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158위이던 세계 랭킹은 78위까지 뛰었고, 투어 2년 출전권도 챙겼다. 투어 출전 98개 대회 만에 올린 쾌거였다.
대니 리는 지난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15번홀 티샷을 한 뒤 드라이버를 따라다니던 학생 갤러리에게 줘 버리는 기행을 했다. 어이없는 티샷 실수가 나오자 실망에 빠진 것. 이번 주 새 드라이버를 들고 나온 그는 평균 287야드의 비거리에 페어웨이 적중률을 76.8%까지 끌어올리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대니 리의 캐디는 연장전을 앞두고 티샷 순서를 정하기 위해 사용된 대니 리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살짝 18번 홀 티박스 근처에 있던 트로피에 넣었다. 우승을 부른 부적이 된 것이다. 올 시즌 27개째 대회에 출전한 대니 리는 “행운의 징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이길 수 있었다. 내가 태어난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9월 인천)에 출전하고 싶어 많은 대회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교포 제임스 한은 공동 6위로 대회를 마치며 브리티시오픈 출전 티켓을 차지했다. 우즈는 보기 없이 67타로 라운드를 끝내 2013년 바클레이스 대회 이후 55라운드 연속 보기 행진을 마감하며 재기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편 스트렙은 9번 홀을 마친 뒤 퍼터 헤드가 휘어져 후반 9개홀을 56도 웨지로 퍼팅을 하면서도 버디 5개를 낚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13번 홀에서 8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웨지로 넣었던 스트렙은 연장전에서는 다른 퍼터를 들고 나왔지만 티샷 실수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