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긴축 반대’ 후폭풍]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亞증시 급락… 코스피 2000선 위험 기재부-韓銀등 잇달아 긴급회의 對그리스 수출 0.2% 불과하지만 사태 장기화땐 유럽 수출 타격 소비심리 다시 얼어붙을 수도
정부는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위기가 남유럽 등 다른 국가들로 급속히 번지지만 않는다면 국내 경제에 대한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6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것처럼 앞으로도 금융시장의 동요가 예상보다 커진다면 소비와 수출 등 실물경제의 뇌관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장기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그리스와 유로존, 그리고 한국 경제의 상호 연결 고리가 예전과 달리 그리 긴밀하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금융권이 그리스 기업 등에 빌려준 외화대출금과 유가증권, 지급보증 등을 합치면 모두 11억8000만 달러로 전체 외화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1%가량에 불과하다. 또 한국의 전체 대외 수출액 가운데 대(對)그리스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0.2%에 머물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유럽 은행들이 들고 있는 그리스 채권, 한국에 대한 유로존 주요 금융회사들의 대출·투자액이 모두 예전보다 감소한 상황”이라며 “그리스가 전면 디폴트를 선언한다고 해도 유럽 은행들이 한국에서 재빨리 자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아직은 완전한 파국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도 그나마 긍정적이다. 비록 그리스가 지금은 ‘배 째라’ 식의 강수를 두고 있지만 결국 채권단과 구제금융 협상을 다시 진행하게 되고 어렵게나마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실물 부문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문제가 장기화해 유로존이 흔들리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한국의 대(對)유럽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은 8∼9%에 이른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그리스 하나만 놓고 보면 엄청난 문제가 아니지만 유로존 자체가 불안해지면 원화의 상대적 강세 때문에 수출에 타격이 있을 수도 있다”며 “비록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여 수출 여건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는 있지만 일본 정부가 워낙 엔화 약세 정책을 밀어붙이기 때문에 이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내수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에 매우 쉽게 흔들리는 만큼 경제주체들의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뜻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메르스로 6월 내수 지표가 워낙 나쁘게 나온 마당에 대외 불확실성마저 커져 소비심리의 추가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정임수·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