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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 수용 불가피했다”… 유승민 대신 고개숙인 김무성

입력 | 2015-07-07 03:00:00

[유승민 거취 표명 유보]‘劉거취-국회법’ 숨가빴던 새누리
金, 원내 사안에 이례적 사과 회견
당내 “劉퇴진 당위성 공표한 것”
김재원 특보 만나 靑동향 살피기도
劉, 서청원-김무성 잇따라 독대
“의총 없인 못 물러난다” 전한듯




“투표하시죠”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손을 잡아끌며 투표를 종용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번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죄송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 처리가 무산된 데 대해 이같이 사과했다. 의안 표결이라는 원내 현안을 당 대표가 기자회견까지 한 것은 이례적이다. 자진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를 대신해 총대를 멘 것이다. 여권의 내홍이 장기화하면 이런 어정쩡한 장면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김무성 결국 유승민 거취 ‘총대’ 메나

당 안팎에선 6일이 유 원내대표 거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도 유 원내대표는 끝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김 대표가 자청해서 원내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날 오전 유 원내대표와의 독대에서 자진사퇴의 뜻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유 원내대표와 함께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나 법안 처리 일정을 논의했다. 이후 김 대표는 예고 없이 국회 원내대표실을 찾아 유 원내대표와 배석자 없이 30분가량 밀담을 나눴다. 두 사람 모두 대화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없이 물러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와 만난 직후 대통령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을 만났다. 청와대의 의중을 전해 듣는 한편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 당내 갈등을 수습할 대응책을 모색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는 오후 5시경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행사한 거부권을 집권 여당으로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당내 일각에선 “결국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공표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압박할 수 있는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도 김 대표의 고민이다.

“투표하시죠” 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오른쪽)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손을 잡아끌며 투표를 종용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끝내 거취 표명 안 한 유승민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폭풍 전야’처럼 고요했다. 친박계가 사퇴 시한을 정하고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친박계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의 거취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2일 유 원내대표를 면전에서 공박한 김태호 최고위원도 입을 다물었다.

다만 김 대표는 “당청은 공동운명체이자 한몸”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새누리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나라와 당을 먼저 생각하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삼사일언(三思一言·세 번 이상 생각하고 한 번 말하라)해야 한다”며 “당내 분란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유 원내대표는 오전부터 당 지도부와 연쇄 접촉했다. 비공개 최고위 회의가 끝나자마자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와 단둘이 회의장에 남아 15분간 독대했다. 서 최고위원은 원론적으로 사퇴 불가피론을 재차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퇴 시한을 못 박지 않았다고 한다. 서 최고위원은 회동 직후 “유 원내대표와 나눈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온당치도 않고 예의도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유 원내대표는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안이 폐기된 후에도 따로 입장 표명을 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당 대표가 (이미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냐”며 답변을 피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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