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심야식당’(아래쪽)의 핵심은 쏙 빠지고 분위기만 어설프게 따라한 한국판 ‘심야식당’. SBS TV 화면 촬영·일본 ‘심야식당’ 홈페이지
도쿄 뒷골목을 서울 종로 뒷골목으로 설정한 것은 그럴싸했다. 1회 김에 싸 먹는 가래떡구이와 2회 메밀전이 나온 것도 서민적이면서 개성 있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일식인지 한식인지 영 국적 불명인 식당 인테리어나 주인의 복장, 그냥 ‘아저씨’나 ‘주인장’이라고 하면 될 걸 굳이 ‘마스터’라고 부르는 어색한 호칭도 뭐, 원작을 반영한 것이라 치고 얼렁뚱땅 넘어가 보자.
하지만 한국판은 ‘심야식당’의 리메이크라고 하기엔 몇 가지 핵심을 놓치고 있다. 우선 음식드라마면서 음식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원작인 일본 ‘심야식당’은 요리 과정이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꼭 보여준다. 한국판에는 이런 장면이 없다. 가래떡구이를 조미 김에 싸 먹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메밀전에는 무슨 속 재료가 들어가 어떤 맛을 내는지 짐작할 길이 없다. 음식 맛이 와 닿지 않으니 음식이 주는 의미도 와 닿지 않는다. 2화에서 “마스터의 메밀전은 따뜻하고 진솔해서 좋았어요” 같은 대사가 억지스러워지는 이유다.
유명한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일은 늘 어렵기 때문에 그만큼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소규모로 개봉한 일본 극장판이 한 달도 채 안 돼 관객 10만 명을 모으고, ‘먹방’이 대세인 상황에서 원작의 이름값에 적당히 조미료만 치면 성공할 것이라고 한국판 제작진이 안이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형 평면 TV가 떡하니 달려 있고 고급 오디오가 놓인 한국판 ‘심야식당’의 풍경은 웃기는 것조차 실패한 시트콤에 가깝다. 귤이 바다를 건너 탱자가 됐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