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신명철(오른쪽). 스포츠동아DB
야구의 묘미는 풍부한 기록이다. 1869년 미국에서 최초의 프로야구팀이 생겼고 그 역사가 146년이나 흘렀지만, 지금도 새 생명의 세포 분열처럼 기록은 더욱 세분화되고 있다. 홈런, 타율, 다승, 탈삼진, 도루 등의 기록 경쟁은 각 팀의 순위 싸움 이상으로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될수록 스포트라이트에선 벗어나 있지만, 파면 팔수록 흥미로운 기록들이 있다.
●최고의 고무팔과 홈런공장장은 누구?
사상 첫 144경기 시즌을 치르면서 각 팀에선 ‘고무팔’, ‘노예’로 불리는 불펜투수들의 투혼이 이어지고 있다. 7일까지 KBO리그 ‘고무팔’ 1위는 한화 박정진이다. 우리 나이로 불혹(1976년생)이지만 무려 49경기에 등판했다. 최다 등판 1위다. 한화가 치른 77경기 중 무려 64%의 경기에 나왔다. 팀의 3경기 중 2경기에 등판하는 셈이다. 박정진의 기록이 더 놀라운 것은 왼손투수지만 단 한 명의 타자만 막아내는 ‘좌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이 아니라 점이다. 49경기에서 65.2이닝을 던졌다. 경기당 1.1이닝꼴이다.
피홈런 1위의 불명예 주인공은 삼성 장원삼(18개)이다. 특히 삼성은 장원삼에 이어 차우찬(16개), 윤성환(15개)까지 피홈런 부문 1~3위를 휩쓸고 있다. 3명의 투수가 허용한 홈런은 49개에 이른다.
가장 많이 타자의 몸을 공으로 맞힌 투수는 넥센 한현희로 무려 11개다. 타자 입장에선 어쩌면 가장 무시무시한 투수다. 반대로 가장 많이 맞은 타자는 두산 양의지로, 16번이나 배트가 아닌 몸으로 공과 충돌했다.
●대타왕, 삼진왕, 그리고 병살타왕
kt 주장 신명철의 시즌 타율은 0.216이다. 그러나 ‘대타 신명철’은 다르다. 대타로 나온 23타석에서 6볼넷을 고르고 5안타를 뽑았다. 대타 타율 0.294로 리그 1위다. 한마디로 ‘대타왕’이다.
삼진왕은 지난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넥센 박병호다. 올 시즌 79경기에서 88개의 삼진을 당했다. 놀라운 점은 수많은 삼진 속에서도 박병호는 0.345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