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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외교戰 번진 ‘강제동원 해석’

입력 | 2015-07-08 03:00:00

“유산 결정문에 강제노역 반영”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 글 게시 日 “강제 아니다”… 실무자 추궁도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문 중 강제노동 문구 해석을 둘러싼 한일 갈등이 국제 홍보전으로 번지고 있다. “일본이 강제노동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고 해석한 한국과 “강제노동을 인정한 게 아니다”라는 일본이 각각 국제사회와 자국민을 상대로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 모처럼 양국이 합의해 등재시켜 놓고도 이를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살리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징용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자국 근대산업시설에서 ‘강제노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홍보전에 나설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7일 보도했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 정부의 조치에 맞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에 조선인 강제노동을 반영했다는 내용을 7일 홈페이지에 게시해 쐐기를 박았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양자 협의나 국제회의 기회를 활용해 조선인 징용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조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forced labor)’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나가기로 했다. 일본은 강제 징용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기는 했지만 불법은 아니다’라고 주장해 왔다. 여기에는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6일 기자회견에서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 때까지 (일본 국내법인)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 출신자의 징용이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반면 한국 정부는 1910년 한일 병합조약과 식민지배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조선인 강제징용도 당연히 불법이다. 대법원이 2012년 식민지배의 불법성에 근거해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이 살아 있다고 판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의 불법성 여부와 별도로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지금까지 해석해 왔다.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www.mofa.go.kr) 팝업창에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에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노역한 역사를 반영’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여기에는 사토 구니(佐藤地) 주유네스코 일본대사가 ‘forced to work’라는 표현으로 강제노역을 인정한 영문 발언록이 첨부됐다. 정확한 팩트를 통해 국제사회에 ‘진실’을 알린다는 작전이다.

그러나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게시물을 올리는 것 외의 추가 대응은 자제할 방침이다. 감정적으로 맞대응할 경우 모처럼 전기를 맞은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외무성이 한국과의 협상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정권 내에서 나오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외무성을 상대로 경위를 추궁할 방침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총리관저 소식통을 인용해 “마무리가 허술했다. 직업외교관으로서 실격”이라고 보도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신문에 “한국에 당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지통신은 “일본이 (한국에) 양보를 강요당했다”고 지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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