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당시 MBC 기자)과의 인터뷰에서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보는 이유를 “동물은 배신을 안 하니까요”라고 말했다는 게 화제다. 그러나 동물도 배신한다. 물소에게 당한 수사자는 늙고 쇠약해져 젊은 수사자에게 뒤통수를 맞고 무리에서 쫓겨났다. 북극곰은 굶주리거나 번식기가 되면 새끼 곰을 먹어치운다. 굶주린 배를 채우는 동시에 미래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것으로 동물학자들은 본다. 샌드타이거상어도 먼저 부화된 새끼가 형제들을 먹어치운다.
▷고 김대중 대통령도 ‘동물의 왕국’ 마니아였다. 생전에 노벨평화상 인증서와 함께 이 프로그램의 비디오테이프를 접견실에 놓아뒀다. 정치인과 군,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간부 중에도 ‘동물의 왕국’을 즐겨 본다는 사람이 많다.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세계에서 힘과 세력이 약해지면 밀려날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은 ‘배신이 없다’는 고상한 이유를 들었지만, 권력자들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법칙이 적용되는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인간 세상도 비슷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