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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양수길]온실가스 감축 논의의 새로운 틀

입력 | 2015-07-08 03:00:00


양수길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 대표 전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

2030년까지 한국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확정돼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FCCC) 제21차 당사국총회 사무국에 제출됐다. 지구온난화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섭씨 2도 이상이 안 되도록 하는 데 기여하도록 한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내용이다.

감축 목표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산업계와 환경단체들 간에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정부가 국제사회 분위기를 감안하면서 절충안을 내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는 “일단 그만하면 아주 미흡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양 진영은 각기 심각한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의 장기적 성장과 차세대 한국인의 삶의 질, 그리고 국제적 위상에 관한 주요 쟁점이 들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이들 쟁점에 대한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논의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지금까지 논의에서는 2030년까지의 목표를 단기적 선택의 문제로 접근했는데 이는 2030년 이후를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우리의 감축 노력은 지구온난화를 2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글로벌 목표에 기여해야 하기 때문에 2030년 이후에도 계속돼야 한다. 2030년까지의 감축이 미흡하면 그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그 이후의 감축량이 커져야 한다. 국제사회에는 세계 주요 배출국 모두가 21세기 후반 특히 2070년 이전에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순배출을 제로로 해야 하고 우선 2050년까지 매우 낮은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있다. 그렇다면 205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먼저 정하고 이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일부로 2030년까지의 감축 방안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역산방식(백캐스팅·backcasting)’이라고 한다.

2030년까지의 감축 방안을 역산해 보면 단기적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저비용의 수단뿐만 아니라 2030년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감축 혜택을 주는 고비용의 중장기적 수단도 포함돼야 한다. 중장기 수단으로는 국가교통망 정비, 도시와 빌딩 혁신, 첨단 에너지 기술 개발, 산업 공정의 청정화, 산업 구조조정 등이 들어가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당장의 단기적 시나리오에서 빠지고 뒤늦게 착수될 경우 장기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 늦거나 아주 큰 비용을 불러올 수 있다. 지난달 11일 처음 제시됐던 감축 수단 중 최종 목표에서 제외된 항목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에 제출한 우리의 목표를 파리 당사국총회 이후 자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파리 총회에 앞서 제출되는 각국의 목표를 살펴보면 2030년까지의 예상 감축량을 모두 합쳐봤자 2도 억제에는 모자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파리에서 각 목표의 내용을 개선하고 강화하는 프로세스가 합의될 수 있다. 실제 5년에 한 번씩 각국의 목표를 재평가해 개선하고 강화해 나가자는 제안이 벌써 나오고 있다.

여기서 탄소 발생을 근본적으로 낮추는 2050년의 심층저탄소화 목표로부터 역산해볼 때 제기되는 감축 수단과 관련된 시사점을 살펴보자. 심층저탄소화의 기본 원리는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한편 모든 화석연료를 저탄소연료로 대체해 나가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려면 전력을 생산할 때 탄소 배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동시에 최종 소비되는 화석연료를 가급적 전기로 바꿔나가야 한다. 따라서 전력의 저탄소화가 매우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 해법은 만만치 않다. 첫째, 원자력발전 확대에 반대가 극심하다. 둘째,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데는 자원과 공간 확보 외에 지속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셋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장치 설치를 전제로 석탄 및 가스 발전을 유지할 수 있지만 탄소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이 중 어느 하나만 빼놓아도 심층저탄소화는 매우 어렵다. 실용적인 배합 방법을 골라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중장기 시나리오 아래서는 감축 기술 개발 및 보급에 따른 새로운 성장엔진과 산업생산성 효과, 화석연료 퇴출에 따른 에너지 안보 강화, 지역 환경 및 삶의 질 개선, 소프트파워 제고에 따른 외교적 역량 강화 등의 혜택도 감안해야 한다. 이것이 녹색성장이 가져오는 효과이다.

양수길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 대표 전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