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머니 등 거품붕괴 위험성 경고 6월 12일 7년만의 최고치 이후… 3주 연속 ‘검은 금요일’ 패닉 상태 날아간 시총 멕시코 경제규모… 中 잇단 부양책도 약발 안먹혀
그로부터 불과 보름 만인 6월 29일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벌어졌다.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주식 폭락이 나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생이 더이상 무의미하다. 누리꾼 여러분 안녕!”이라는 글을 올린 게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이 가족을 동원해 자살을 막는 소동이 벌어졌다.
광저우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 은행원인 쑨(孫)모 씨는 곧 결혼하면 얻을 신혼집의 첫 지불금 60만 위안(약 1억927만 원)을 올해 주식시장에 넣었다가 날려 결혼 일정마저 다시 잡아야 할 형편이다. 장쑤(江蘇) 성 난징(南京)의 대학강사 왕모 씨(32·여)는 5월 말 동네 미장원 원장의 권유로 난생처음 증권 계좌를 만들었다. 하지만 쓰촨(四川) 성 청두(成都)의 한 금속회사 주식을 주당 140위안에 샀다가 주당 44위안까지 떨어지자 다 팔아버리고 “다시는 증시를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했다.
CNN 머니는 6일 “그리스 위기는 글로벌 경제에 가하는 충격에서 중국 증시 불안에 비할 바가 아니다”며 중국 증시 거품 붕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CNN 머니는 월가 은행이 그리스보다 중국에 10배 이상 노출돼 있다며 중국이 증시 위기를 막지 못하면 그 충격이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로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12일 이후 불과 한 달도 안 돼 상하이증시에서 증발한 금액은 1조2500억 달러(약 1410조 원)로 멕시코 경제 규모와 맞먹는다고 7일 전했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일간 신징(新京)보가 전문기관과 함께 투자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가량이 주식 투자로 손해를 봤다고 답했다. ‘증시가 반등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34%만이 ‘그렇다’고 답해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중국 증시가 추락한 데는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이 경제 펀더멘털로 뒷받침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7.4%로 2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7.0%로 떨어졌다. 2분기에는 7%를 밑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중국 정부의 잇단 조치에도 불구하고 주식 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국가 기구에 대한 ‘신뢰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 머니는 “증시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통해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