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학벌 직업 외모,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두 사람이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 뒤늦게 다른 대륙에서 상대를 찾아냈다는 것이 알다가도 모를 사람의 인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성당 문을 나서 명동거리에 서면 서로 어깨를 부딪힐 정도로 많고 많은 게 사람인데 그 ‘한 사람’을 만나기는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다.
살면 살수록 사람 사이의 인연이 신비함을 실감한다. 마치 미로에서 길을 찾듯이 수많은 골목을 돌고 돌아 그 모퉁이에서 딱 마주친 사람. 만약 그때 골목을 오른쪽으로 돌았다면, 내 발걸음이 조금 더 빠르거나 느렸다면 만나지 못했을 사람. 그런 생각을 하면 하나하나의 인연이 새삼스럽게 소중하고 귀하다. 하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소쩍새 울고 천둥 치고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는 밤을 지내야 하는데 소중한 인연의 꽃을 피우기가 어찌 쉬울까.
지인의 아들이 그 여인을 다시 마주친 것은 며칠 후 회사 체육대회에서였다.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신을 본 적이 있다. 그날 당신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로 시작된 대화가 무르익어 데이트를 하게 되었고 결국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첫 만남이 영화의 한 장면같이 아름답다.
성당에서 나와 명동을 걸으며 생각했다. 저 숱한 사람들 중 누가 꽃이 아니랴. 다만 우리가 그 사실을 모를 뿐. 살아가며 맺는 인연들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모르듯이 말이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