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으로 불리는 ‘부림사건’의 피해자인 이호철(57)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최병률)는 9일 이 전 수석의 항소심 재심 선고공판에서 국가보안법·계엄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면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거나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설령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해도 국가 존립이나 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할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수십일 간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조작한 사건이다. 당시 피고인들은 1977¤1981년 이적서적을 소지하고 공부모임 등을 통해 반국가단체 등을 찬양·고무하는 한편 계엄령에 금지된 집회를 하거나 사회적 불안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집회에 참가했다는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9명이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았고, 198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사건이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