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휴가로 경제 살리자]본보-경제 5단체 공동 캠페인
재계 관계자는 “30대 그룹을 대표하는 임원진이 한자리에 모인 건 10여 년 동안 없던 일”이라며 “그만큼 지금의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 “기업가 정신으로 경제 위기 극복”
약 45분간의 간담회를 마친 기업인들은 곧바로 ‘경제난 극복을 위한 기업인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사장단은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예정된 투자 집행을 통한 신사업 발굴 및 일자리 창출 △새 시장 개척 및 신품목 발굴을 통한 수출 경쟁력 강화 △국내 여행 가기 캠페인 및 외국 관광객 유치 등을 통한 내수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는 앞서 주요 그룹사가 개별적으로 발표한 내수 경기 지원책과도 일맥상통한다. 4대 그룹은 지난달 말부터 잇달아 그룹 전체가 동참하는 △임직원 국내 휴가 권장 △재래시장 상품권 추가 구매 △해외 관광객 초청 및 홍보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전통시장 상품권 300억 원어치를 추가 구매하고 임직원들이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되 일정은 최대한 앞당기고 가능하면 길게 갈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는 대로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거래처 및 고객도 한국으로 유치해 전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든 해외 관광객 확보에도 나서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00억 원 규모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사는 한편 11월까지 해외 딜러 및 고객 초청 행사와 현지의 우수사원을 대상으로 한 한국 포상 연수 등을 이어간다. 특히 한국에서 주관하는 주요 사내 행사 및 회의를 늘려 내수 진작 및 외국인 관광객 확보에 힘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LG그룹도 70억 원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구입해 직원들과 협력사에 지급하고 임직원들의 농촌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또 협력사의 재정 부담을 분담하고 위기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 600억 원의 긴급 자금을 조성해 협력사에 무이자로 대출을 지원하는 자금 지원에 나선다.
4대 그룹 외에도 아시아나항공과 인천공항공사, 롯데면세점 등이 최근 중국 여행사 사장단과 언론인 등 200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메르스 사태가 안정돼 가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린 바 있다. 이에 더해 대형마트와 의류 브랜드, 화장품 업체 등 유통업계도 잇따른 할인 행사로 고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 “해외 자본 공격 등 기업 어려움 적지 않아”
이날 모인 기업인들은 “경제는 결국 심리”라며 경기 회복을 위한 기업의 움직임에 정부와 국회, 국민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기업이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려면 그만큼 정부 차원의 기업 살리기 지원책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발표 직후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그룹, 최태원 회장이 만 2년 넘게 수감 생활을 하느라 경영 공백이 이어지고 있는 SK그룹 등의 어려움도 거론됐다. 이날 성명서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전경련 측은 “사령탑이 없는 경제계의 문제가 심각하다”며 “광복절 등 중요한 계기에 사면이나 가석방 등 조치사항은 경제5단체 공동으로 뜻을 모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엘리엇 간 분쟁 이후 다시 조명받고 있는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처럼 공격수단에 비해 방어수단이 취약한 나라가 없다”며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외국 투기자본의 천국과 같은 나라”라고 말을 꺼냈다. 이어 “일방적인 경영권 보호가 아니라 균형 잡힌 관점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소액투자자 보호 명분으로 유지되고 있는 제도들이 결과적으로 외국 투기자본의 공격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인용 삼성 사장, 공영운 현대차 부사장, 김영태 SK 사장, 조갑호 LG 전무, 황각규 롯데 사장, 정택근 GS 사장, 조영철 현대중공업 전무, 금춘수 한화 사장, 전인성 KT 부사장, 최광주 두산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