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들에게는 오래된 격언이 하나 있다. “광고비의 절반은 분명 낭비되고 있다는 걸 알겠는데, 도대체 어느 쪽 절반인지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결국 광고비가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현재 방송되는 인기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 중 누구를 광고 모델로 써야 할지’ ‘다채널 모바일시대에도 여전히 TV 광고는 효과가 있는지’ ‘성수기를 앞둔 제품의 광고 프로모션 시작 시점은 언제여야 하는지’ 등의 질문에 예전에는 답하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빅데이터’ 덕분이다. 엄청난 양의 소비자 행동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까지 오직 ‘촉’과 ‘감’으로 판단하던 것들을 과학적인 분석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소비자들 역시 빅데이터 시대에는 제품에 대한 거의 완전한 정보를 접할 수 있으며, 소셜미디어와 각종 인터넷상의 리뷰 등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마치 실제 써본 것과 같은 정도의 경험을 미리 해볼 수 있다.
다시 상황을 정리해보자. 예전에는 기업들이 소비자가 어떻게 인식하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봤고 이를 토대로 광고와 마케팅 전략을 짰다. 늘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빅데이터 시대가 오면서 이제 소비자의 행태를 관찰하고 추적하며, 그 결과를 수집해 제대로 된 예측과 전략 수립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서 만족하고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현탁 제일기획 제일DnA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