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

입력 | 2015-07-10 03:00:00


공화춘(共和春)은 우리나라 최초의 중국음식점 이름이다. 말 그대로 공화의 봄이란 뜻이다. 공화춘은 본래 산동회관이었으나 1912년 이름을 바꿨다. 그해 쑨원이 청나라 왕조를 타도하고 세운 아시아 최초의 공화국 중화민국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대한민국도 공화국이다. 공화국은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보다 무엇이 아니라고 정의하는 것이 그 뜻을 쉽게 파악하는 방법이다. 공화국은 무엇보다 왕정이 아니다.

▷2013년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 ‘변호인’에서 주인공 역의 송강호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라고 외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2008년 미국산 수입쇠고기 광우병 논란 때 시위대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는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그것을 떠올리면서 영화를 보도록 감독이 의도한 것이다. 이번에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그제 사임하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외쳤다. 야당도 아니고 여당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색다른 맛이 있었다.

▷그는 우리나라는 왕조국가가 아니며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가 물러나는 것이 잘못됐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의원들의 총의 없이 원내대표를 쫓아내는 것은 잘못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임의 변을 아무리 읽어봐도 그가 왜 사퇴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변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진즉 사퇴하고 싶었다는 사람으로서는 어색한 화법이다. 어쩔 수 없이 사퇴하긴 하지만 내심으로는 수긍할 수 없다는 뜻이 읽힌다.

▷공화국의 어원은 라틴어 ‘res publica’로 공공의 것이란 뜻이다. 영국처럼 왕이 있는 민주국가는 공화국보다는 코먼웰스(commonwealth)란 표현을 쓴다. 그 말도 역시 공공의 것이란 뜻이다. 공화국에서 나라는 공공재다. 대통령이 국무회의 자리를 이용해 ‘배신의 정치’ 운운하며 사적 감정을 풀어놓는 것도, 여당 원내대표란 사람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시작된 국정 혼란의 책임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것도 공화국의 이념에 맞지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