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유령 크니기/벤야민 좀머할더 글, 그림/루시드 폴 옮김/ 24쪽·1만 원·토토북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꼬마 유령 크니기는 생일에 고모에게서 책을 선물로 받습니다. 유령도 글은 알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책을 펼쳐 보니 글씨가 하나도 없었어요. 당황하고 짜증도 났지만 크니기는 책 읽기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도서관에도 가 보고 베개 밑에 넣고 자 보기도 하면서 책과 친해지려 합니다. 하지만 도서관에는 죄다 글씨가 없는 책들뿐이고, 책을 베고 자 보니 이상한 꿈만 꾸게 되지요. 유령 특기인 최면도 걸어 봤자입니다. 책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에 무서운 생각마저 듭니다.
책을 처음 보았던 때를 기억할 수 있을까요? 책 읽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건 언제쯤이었나요? 이 그림책은 처음 책을 만나 탐색과 고민 끝에 ‘읽는 재미’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모른다면 어떤 재미나는 책이라도 글씨가 눈에 들어올 리 없겠지요. 막 책 읽기를 시작하는 아이들, 아직 책 읽기의 재미를 모른 채 숙제용 독서만 하고 있는 아이들이 이 그림책을 보았으면 합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