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흡 산업부 차장
최근 만난 고교 동기 A가 한 말이다. 안경 제조업체 사장인 A는 “정부가 경기 침체로 세수(稅收) 결손이 우려되자 올해 세금 신고 내용을 예년보다 깐깐하게 볼 것이라는 얘기를 거래하는 세무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다른 동기 B가 거들었다. 건설업체 대표인 B는 “친한 세무서 직원이 같은 말을 했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세금까지 빡빡하게 내면 어떻게 사느냐”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면서 재정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국세청이 세금 신고 내용을 까다롭게 들여다보는 것은 기본이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편법 증세’ 논란 속에서도 담뱃값을 올렸다.
이번 결정이 나오기까지 미래부와 방통위 실무진은 줄기차게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통신용으로 결정한 주파수 대역을 방송용으로 돌릴 명분이 약했던 탓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TV 판매와 한류 콘텐츠 제작에 따른 부가가치를 감안하면 통신용으로 쓰는 것보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주장했지만 실무진 사이에서는 부풀려진 분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황금주파수를 고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많았다. 기존 디지털TV 대역이나 예비 대역에서도 신규 압축기술을 활용하면 UHD 방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투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돈 보따리를 들고 기다리고 있던 이동통신사들을 내쫓는 현실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이 주파수정책소위원회를 구성해 미래부와 방통위 상층부를 압박한 결과다.
통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단순히 막대한 전파 사용료를 못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재정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고시장 위축 등으로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의 보편성과 공공성을 내세우며 정부에 손을 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기대됐던 황금주파수가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