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시장 연기론 일축… “속도는 점진적”
“올해 하반기 어느 시점(some point later this year)에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
최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촉발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많았지만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혔다.
추가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 간 갈등이 증폭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부상하자 금융시장의 시선은 옐런 의장의 입으로 향했다. 그리스 사태에 중국 증시 폭락이 겹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져가는 상황에서 미 연준이 예정대로 연내에 금리를 올릴지가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공식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유발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미 연준에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늦추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경제와 인플레이션 상황이 대단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조치가 연기되거나 빨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향후 정책 변동 가능성은 열어뒀다. 고용 상황과 물가상승률 등 경제지표가 뒷받침될 때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연준은 지난달 17일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노동시장이 개선되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근접한다는 합리적 확신(reasonably confident)이 설 때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옐런 의장은 그리스 사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면서도 “유로존 경제는 견고한 회복 발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옐런 의장의 발언이 나온 10일 미국 뉴욕 증시는 상승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1% 상승했으며 나스닥지수도 1.53% 오름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가 이틀 연속 급등하며 회복세를 보인 데다 그리스와 채권단 간의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지수를 끌어올렸다. 옐런 의장의 발언도 그리스 사태 등으로 미국 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며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옐런 의장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 단기적으로는 한국 증시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미 금리 인상은 여전히 하반기 가장 큰 리스크”라며 “미 연준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면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