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남은 것은 17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주총회다. 여기서 합병계약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주주총회는 오랜 기간 기업을 키워온 주주와, 어느 날 갑자기 주식을 대량 매입해 경영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헤지펀드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더욱이 최대주주의 우호지분보다 외국인투자가들의 지분이 더 많다는 점에서 주총 결과가 주목된다.
무엇보다 투표권을 직접 행사할 삼성물산 주주들 입장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하라’고 권고하는 측이 과연 합리적 주장을 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주주이익 제고’라는 명분을 앞세워 시장을 뒤흔든 뒤 천문학적인 수익만 챙기고 떠나는 소위 ‘먹튀 자본’에 수차례 당해 온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합병가액과 합병비율은 적법하게 산정됐으며 합병공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승하는 등 합병목적의 부당성도 없으며 다른 불공정 행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나왔다.
기본적으로 삼성물산은 5월 26일 제일모직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합병방법과 목적 그리고 합병비율 등을 공시했다. 엘리엇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경영참여 선언 하루 전인 6월 3일 2157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으로 삼성물산 주식 340만 주를 추가 매입했다. 그러고도 엘리엇은 합병이 타당하지 않다고 소송까지 했다. 분명히 자기 모순적인 행동이다.
미국의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3일 삼성물산 주총에서 이번 합병에 반대하라고 투자자에게 권고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ISS는 삼성물산의 주당 가치는 합병 당시 기준 주가인 5만5300원이 아니라 11만234원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2015년 1분기(1∼3월)만 해도 삼성물산의 주당 순이익은 722원인 반면에 제일모직 주당 순이익은 약 6배인 4284원이었다. 2014년과 2013년에는 그 격차가 더 컸다. 더욱이 ISS는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합병의 시너지는 없다’, 즉 합병은 주주에게 이익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다.
법원 판결이나 증시 반응으로 판단해 보면 합병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엘리엇은 왜 금융시장에 혼란을 주는가. 의혹이 갈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는 이른바 ‘먹튀’도 당해 봤고 ‘알박기’도 겪었다. 모두의 미래를 위해 개인주주들의 합리적 판단이 요구된다. 또 투기자본이 금융시장과 기업 경영을 교란하는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정부 대책도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