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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증권 부장, 고객돈 30억 꿀꺽

입력 | 2015-07-13 03:00:00

“헤지펀드 투자해 불려주겠다” 사업가 돈 자신의 계좌로 받아
발각되자 “총수 비자금 관리” 주장도




삼성증권 간부가 투자자에게 가짜 실적을 보여주며 투자금 30억 원 안팎을 가로챈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간부는 사기 행각이 발각되자 “삼성 총수의 비자금 서류가 있는 곳을 안다”며 피해자를 속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신호철)는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사업가 A 씨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55억 원을 받아 30억 원 안팎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으로 최근 삼성증권 모 지점 전 부장 최모 씨를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최 씨는 주로 강남권 지점에서 활동하며 유력 자산가들과 인연을 맺어왔고 동향 후배의 소개로 A 씨를 만나 투자 상담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A 씨가 투자한 일반 주식이 수익을 내지 못하자 2013년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뒀다가 나중에 파는 ‘롱숏 헤지펀드’를 통해 투자금을 불려주겠다며 자신의 계좌로 직접 돈을 보낼 것을 권유했다. A 씨는 롱숏 헤지펀드가 위험도는 높지만 수익성이 높다는 최 씨의 제안대로 수차례에 걸쳐 총 55억 원을 최 씨의 계좌로 송금했다. 정상적인 펀드 투자라면 고객 명의로 된 증권사 계좌로 투자금을 보내야 한다. A 씨가 사업상 자금이 필요해 투자금을 인출하려 할 때마다 최 씨는 원금이 5, 6배로 불어나 있는 자산현황표를 보여주며 “지금 돈을 빼면 펀드가 깨진다”며 추가 투자를 유도했다. A 씨가 직접 펀드 계좌를 조회하려 하면 “헤지펀드 특성상 온라인으로는 손해가 난 것처럼 조회돼도 실제 자산은 늘어난 상태”라고 속였다.

그러나 최 씨가 보여준 자산현황표와 수익률은 모두 조작된 ‘신기루’였던 것으로 올해 3월 드러났다. A 씨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강하게 요구하자 최 씨는 20억 원가량만 돌려주며 “사실은 투자 손실이 컸고, 나머지 원금 30억 원 안팎은 회사에 감사를 청구해서라도 받아주겠다”고 털어놓은 것. A 씨는 “최 씨가 ‘삼성 총수의 비자금 관리 부서에 있었는데 관련 내용을 빌미로 감사를 청구할 테니 서류를 보여주겠다’며 지방 모처로 데려간 적도 있지만 그곳에 비자금 서류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씨가 A 씨의 돈으로 다른 투자처에서 입은 손실을 메우거나 개인 빚을 갚는 등 사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용처를 확인 중이다. 삼성증권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최 씨를 퇴직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