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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외면당한 그리스의 ‘카산드라’

입력 | 2015-07-13 03:00:00

위기 예고 두 前장관의 개혁 주문… 동료 외면-노동계 반발에 흐지부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수십 년 전부터 그리스 정부 안에서는 카산드라처럼 오늘날의 비극적 상황을 예고하며 과감한 개혁을 펴야 한다는 주장을 편 인물들이 있었으나 외면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에 멸망당한 트로이의 공주인 카산드라는 예언은 정확하지만 아무도 그를 믿지 않도록 저주 받은 인물이다.

WSJ는 2001년 노동부 장관으로 재직했던 타소스 기아니치스를 카산드라 같은 인물로 소개했다. 그는 대대적인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하며 노동인구 규모 변화 등을 토대로 연금 수령액을 삭감하는 개혁을 해야 ‘지속가능한 연금 구조’가 된다는 제안을 했지만 의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기아니치스 전 장관은 “동료 장관들조차도 ‘지금 모든 게 좋은데 왜 10년 뒤의 일을 가지고 우리를 귀찮게 하나. 정부와 당(집권당)을 망치려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당시 그리스 내각에서 그의 연금 개혁안을 유일하게 지지했던 사람은 알레코스 파파도풀로스 보건복지부 장관뿐이었다. 파파도풀로스 장관은 재무장관으로 재직하던 1996년에도 “그리스를 진정한 유럽(선진)국가로 만들려면 강력한 경제 개혁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는 서한을 총리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요구 역시 노동계의 반발과 동료 장관의 외면으로 흐지부지됐다. WSJ는 “2010년 국가 채무 문제가 본격적인 위기 국면을 맞았을 때 그리스 정부는 이런 개혁 목소리를 반영해 대대적인 국가 시스템 점검과 개혁에 나서지 않고 정부 수입을 늘리고 지출을 줄이는 (지엽적인) 처방에만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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