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프로축구 K리그 수원삼성 감독이 6일 오후 경기 화성시 삼성1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 내 감독실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로테이션 기용이요? 어쩔 수 없는 돌려 막기라 보면 됩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서정원 감독(45). 그는 자신의 선수기용에 대해 “형편이 궁한 끝에 짜낸 대안”이라고 했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일부에선 ‘실험적 선수기용’이라는 속 터지는 소리를 하기도 했다.
로테이션 기용이란 몇몇 선수를 원래 포지션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뛰게 하는 것. 지난 달 21일 전북전과 27일 서울전에서 수원의 염기훈(32)은 오른쪽 날개로 뛰었다. ‘왼발의 달인’으로 불리는 염기훈의 원래 포지션은 왼쪽 날개. 염기훈이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비우게 된 왼쪽 날개 자리는 왼쪽 풀백 홍철(25)이 메웠다. 이런 식으로 포지션 이동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필드 플레이어의 절반가량이 자신의 원래 자리가 아닌 곳에서 뛰는 날도 있다.
서 감독은 “구단의 재정 지원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도 있고, 당장 눈앞의 성적을 위해 몸값 비싼 선수를 영입하기보다 몇 년 앞을 내다보고 선수를 자체 육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라고 지금의 사정을 설명했다. 수원에는 유소년팀인 매탄고 출신이 7명이나 된다.
이런 중에도 수원은 전반기를 승점 40으로 전북(승점 47)에 이어 2위로 마쳤다. “지원이 예전만 못한데 성적이 계속 좋으면 구단은 지원을 늘릴 생각을 안 하지 않겠냐”고 묻자 서 감독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렇긴 하죠. 그래도 운동하는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사정이 어떻든 잘하고 싶은 욕심뿐이죠.”
서 감독은 어느 해보다 올 시즌 욕심을 내고 있다. 그는 수원 지휘봉을 잡은 첫 시즌인 2013년에 5위를, 지난해에는 2위를 했다. “작년에 우승을 놓쳤으니 올해 더 욕심이 나죠. 쉽지 않겠지만 전북과 맞대결도 2번 남았으니 (역전 우승에) 한 번 노려봐야죠.”
서 감독은 수원에서 선수로 뛰는 동안(1999~2004년) 리그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아시안클럽챔피언십 우승 2회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원 사령탑이 된 뒤로 아직 구단에 안긴 우승 트로피가 없다. “올해는 팀 창단 20주년이라 우승하면 의미가 더 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