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체직원 2만명중 단 3명뿐인 女 기업금융전담역
국민은행의 정은영 서울 강남역종합금융센터 부지점장(왼쪽)과 윤명숙 충무로역지점 부지점장은 ‘금녀의 영역’을 허물고 있는 여성 기업금융전담역(RM)이다. 이들은 발로 뛰며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찾아가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민은행의 여성 RM은 전체 359명 중 3명뿐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KB국민은행의 주니어 여성 행원들은 정은영 국민은행 서울 강남역종합금융센터 부지점장(48)이 사내 교육을 할 때면 가끔씩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의 세련된 옷차림과 자신감 넘치는 말투는 여느 은행 창구에서 볼 수 있는 여성 행원들의 모습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여성 행원들 가운데 ‘진짜 커리어 우먼’이라는 찬사를 듣는 정 부지점장은 국민은행의 기업금융전담역(RM·Relationship Manager)이다. RM이란 기업고객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고객에게 맞춤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금융 전문가다.
최근 각 은행들은 여성 RM을 적극 늘리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기업금융 부문에 여성 비중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장기적으로 RM 후보군을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여성 신입행원 일부를 대기업 금융점과 종합금융센터 등 120개 RM 점포에 배치하기로 했다. 또 여성 행원들의 기업금융 연수 기회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민은행이 여성 RM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한 건 여성 행원들의 ‘소프트 파워’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지점장과 또 다른 여성 RM인 윤명숙 충무로역지점 부지점장(45)은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친화력’을 자신들의 최고 경쟁력으로 꼽았다. 윤 부지점장은 “요즘에는 기업들도 섬세한 금융관리를 요구한다”며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배려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마음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지점장도 “처음에는 여성이라고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싹싹함으로 다가가면 금세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신뢰를 얻으면 무엇보다 손쉽게 다른 기업을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정 부지점장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 MCM을 비롯해 패션, 섬유 업종을 주로 담당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코리아나화장품 등에서 기업여신 100억 원을 유치했다.
윤 부지점장은 RM을 ‘기업금융의 꽃’이라고 설명하며 “여성 행원들이 여신업무를 어렵게 생각하고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차근차근 준비하면 반드시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지점장도 “국민은행의 법인여신 규모는 6월 말 기준 60조10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34조5000억 원(57.4%)을 300여 명의 RM이 담당하고 있다”며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실력 있는 여성 후배들이 맡아 회사를 이끌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