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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주민들 “세월호 분향소 이젠 옮겼으면…”

입력 | 2015-07-14 03:00:00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 “관광객 줄고 주민 마음에도 상처”
보수 성향 변호사 단체 3곳… “광화문광장 불법 가설물 철거를”




13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을 찾은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노란 리본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 제공

“팽목항 주민들도 먹고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전남 진도군 팽목항 주민들이 팽목항 주변에 설치된 세월호 유가족 분향소 등을 철거해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는 탄원서를 진도군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냈다.

13일 진도군에 따르면 김모 씨(56·자영업) 등 팽목항 주민 34명은 지난달 29일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민들은 탄원서에서 “팽목항에 설치된 임시건물 형태의 세월호 분향소, 노란 리본, 현수막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들은 세월호 분향소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면 임시 건물 형태의 지원 시설 20여 개도 함께 옮겨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팽목항 주변 슈퍼마켓, 음식점, 낚시점 등은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이 급감해 생계가 막막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팽목항은 낚시꾼이 많이 몰렸지만 지금은 ‘낚시 금지 구역’이라는 푯말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관광지인 조도, 관매도로 가기 위한 관문 역할을 했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지도 오래다. 주민들은 “정부가 어업인만 보상한다고 하고 경제적 타격을 입은 팽목항 상인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씨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는 하루에 관광버스 20∼30대가 찾았지만 최근에는 고작 1, 2대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팽목항을 찾은 사람들도 주변을 둘러보고 곧바로 빠져나가 버린다”고 말했다. 그는 “팽목항 아이들이 매일 분향소를 보며 자라고 있다”며 “2년째 세월호 참사를 느끼며 자라는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도군은 주민들이 제출한 탄원서를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국무조정실 등에 보냈다. 진도군은 답변이 나오면 가족협의회 측과 논의해 분향소 이전 장소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한편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헌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등 변호사 단체 3곳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세월호 유족들은 광화문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서울시는 정상적으로 법을 집행해 광화문광장의 불법 가설물을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세월호 유족 측의 요구 조건은 대부분 수용됐다”며 “이제는 문화 공간인 광화문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이들의 불법 행위를 묵인하는 것은 공무원의 법령 준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더이상 법치를 훼손해 다수의 선량한 시민에게 피해를 주고 국력을 소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진도=이형주 peneye09@donga.com / 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