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3차 구제금융 타결] “협상 결렬땐 파산” 위기감 팽배… 치프라스 초강수 결국 안 먹혀
그리스가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안을 받아들이며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은 ‘벼랑 끝 전술’의 한계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도 용인할 수 있다는 독일 등 채권국의 최후통첩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결국 손을 들었다. 이를 두고 일부 외신은 독일인들보다 그리스인들 스스로가 그렉시트를 더 우려했다(월스트리트저널)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이 제시한 구제금융 긴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전격 발표했을 때만 해도 협상의 기선을 잡는 모양새였다. 급기야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의 61.3%가 채권단의 긴축안을 거부하자 국제사회는 그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의 초강수는 더이상 먹혀들지 않았다. 채권단은 12일까지 만족할 만한 개혁안을 내지 않으면 그렉시트를 피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특히 최대 채권국인 독일은 5년간의 ‘한시적 그렉시트’까지 거론하며 그리스를 강하게 압박했다.
보름간의 벼랑 끝 전술로 치프라스 총리가 얻은 것이 전혀 없지는 않다.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를 통해 3년간 최대 860억 유로(약 108조 원) 규모의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받게 됐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애초에 요구한 535억 유로보다 325억 유로가 늘어난 액수다. 또 채무 원금 탕감 요구는 관철하지 못했지만 대출금리 인하, 채무이자 상환 기간 유예와 만기 연장 등 채무 경감을 받아냈다. 일단은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생명 연장의 시간’을 얻어낸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