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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는 없고 정부는 미적… 우리은행 민영화 해 넘기나

입력 | 2015-07-15 03:00:00

공자위, 이달중 중단 여부 결정




‘4전 5기’에 나선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또다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정부가 7월 안에 민영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저금리 때문에 은행 경영환경이 어려워 투자자를 찾기가 녹록지 않다는 점 등이 가장 큰 문제지만 정부 내에서는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은행을 서둘러 팔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금융당국 “사모펀드(PEF)에는 안 판다”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14일 “현 상황에서는 우리은행을 사겠다고 나선 투자자 대부분이 사모펀드(PEF)다. 우리은행을 어떻게 PEF에 넘기겠느냐”며 민영화 진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 역시 “우리도 우리은행을 팔고 싶지만 지금이 적기인지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3일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하고 7월 중 다시 만나 매각을 계속 추진할지, 아니면 중단할지 큰 방향을 정하기로 했다.

현 정부 들어 우리은행을 신속히 매각하려던 금융당국이 이처럼 ‘미지근한’ 태도로 돌아선 것은 투자 수요 조사결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은행 지분 30% 이상을 통으로 매각해 경영권을 한곳에 넘겨주려고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따라 올해 시장에서는 ‘과점(寡占)주주 매각’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과점주주로 나설 투자자가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상용 공자위원장이 중동 국부펀드를 만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하고 영국 런던 투자설명회(IR)에도 참석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투자의향을 보인 곳은 대부분 PEF였다. 금융당국은 론스타 등의 영향으로 국민 정서가 PEF에 부정적이어서 PEF는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우리은행의 주가도 부담이다. 정부가 아직 회수하지 못한 공적자금 4조7000억 원을 거둬들이려면 우리은행 주가가 주당 1만3500원은 돼야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9000원대다.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6월 말 기준 0.37배로 신한금융(0.69배), KB금융(0.52배)에 비해 크게 못 미치고 있다.

○ 민영화 연기 가능성에 ‘무게’

우리은행 쪽은 애가 타는 모양새다. 민영화 과정에서 몸집을 줄이기 위해 계열사인 지방은행, 증권, 자산운용, 생명보험 등을 판 우리은행은 은행·증권·보험이 함께 영업을 펼치는 복합점포, 계열사 연계상품 출시 등의 경쟁에서 다른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에 비해 크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빨리 민영화가 돼 다시 금융지주 체제를 갖추고 인수합병(M&A)을 통해 계열사 등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당국은 지금이 ‘적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민영화를 계속 미루면 우리은행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점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일단 20∼30%의 우리은행 지분을 분산 매각해 민영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이를 통해 주가가 지금의 2∼3배로 오르면 나머지 지분을 비싸게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2단계 매각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의 태도가 이런 방식을 받아들일 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위원장직을 걸고 우리은행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우리은행 민영화에 집중했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정책 우선순위는 우리은행 민영화 등보다 금융개혁 쪽에 실려 있다. 실패 가능성을 무릅쓰고 우리은행 민영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은행 민영화 의지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과잉투자가 이뤄진 특정 산업부문이나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금융당국은 기업대출 규모가 큰 우리은행에 대한 ‘그립’을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유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