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전성기는 몇 세?
후지사와 슈코(藤澤秀行) 9단은 1992년 66세의 나이로 제39기 오자(王座)전에서 우승해 최고령 타이틀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방어에도 성공해 이 기록을 연장했다.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한때 바둑계에 40대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그 이후에도 타이틀을 따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10대에 세계 타이틀을 따는 기사가 나오고, 30대에 들어서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40대가 넘으면 노장 취급을 받는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 40대에 우승한 경우는 조훈현 9단 빼고는 없다. 조 9단은 49세 때인 2002년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했다. 올해 목진석 9단이 35세에 GS칼텍스배에서 우승한 것도 드문 경우다.
이세돌 9단(32)은 2012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세계대회 타이틀이 없다. 지난해 말 렛츠런파크배 등 4개 타이틀을 따내기는 했지만 예전 같지는 않다는 평이다. 판을 휘젓는 힘은 여전하지만 종종 예상치 못한 실수를 한다. 이세돌은 아직은 중국세를 막아줄 보루이다.
현재 절정 고수는 박정환 9단(22). 20개월째 국내 랭킹 1위다. 올해 국수에 올랐으며 LG배에서도 우승했다. 개인적으로 랭킹을 매기고 있는 배태일 박사는 박정환을 세계 랭킹 1위로 꼽았다. 또 랭킹 2위 김지석 9단(26)도 전성기. 삼성화재배와 올레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뒤늦게 꽃을 피우고 있다는 평.
뒤를 잇는 후보군으로는 한국물가정보배와 천원타이틀 보유자인 나현 6단(20)과 KBS바둑왕인 이동훈 5단(17), 신진서 3단(15)을 꼽을 수 있다.
프로 기사의 전성기가 젊어진 것은 두는 속도가 빨라지는 등 스포츠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대 후반부터 근력이 약해지는 다른 스포츠처럼, 바둑도 나이를 먹으면 ‘두뇌 근력’이 약해져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
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