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친선특급’ 20일간 대장정] 참가자 246명 1만4400km 여정… 경유지마다 평화메시지 전달 獨 베를린서 통일기원 행진… 북한 구간 연결은 숙제로 남아
서울역서 발대식 14일 서울역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발대식 참석자들이 유라시아 친선특급 열차의 열쇠 모형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라시아 친선특급의 홍보사절인 배우 고성희,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강창희 전 국회의장,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정종욱 광복70년기념사업위원장, 새누리당 이헌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황금색 열쇠를 무대 위 준비된 열쇠구멍에 집어넣자 대한민국에서 북한을 거쳐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꿈의 철도(Dream Rail)’ 노선에 환한 불이 들어왔다. 14일 서울역에서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 발대식에 참가한 원정대는 환호성을 터뜨렸다.
이날 국악단 ‘소리개’의 축하 공연으로 막을 연 발대식에는 조태용 외교부 제1차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정종욱 광복70년기념사업위원회 위원장, 강창희 전 국회의장, 외교사절 등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에는 이준 열사의 외증손자 조근송 씨(60), 안중근 의사의 재종손 안현민 씨(22·여), 손기정 선생의 외손자 이준승 씨(48)가 동참했다. 과거와 현재의 맥을 잇는다는 의미다. 조 씨는 “‘헤이그 특사’로 독립운동가들이 걸어갔던 길을 자손들이 간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 참가자 송민선 씨(21·여)는 “넓은 대륙을 기차로 가로질러 간다는 것에 기대 반, 걱정 반이다. 북한까지 열차로 지나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 한-러 수교 25주년 의미 더한 이벤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3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이래 양국 간에는 정상회담이 이어지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제재로 한국 대통령의 답방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5월 러시아 전승기념절 행사에 초청받았지만 불참하면서 소원해진 한-러 관계는 이번 친선특급 행사를 통해 새로운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15일 친선특급의 출발역인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해 기착지인 하바롭스크, 이르쿠츠크, 노보시비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등에서 러시아 주 정부의 환영행사가 이어진다. 모스크바에서는 한-러 수교 25주년 기념음악회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독-폴란드 과거사 화해 경험’ 공유 세미나가 각각 열린다. 종착지인 베를린에서는 전승기념탑과 브란덴부르크문까지 통일기원 행진을 한 뒤 폐막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 해상 운송보다 경쟁력 높은 철도
○ 북한 구간이 빠진 ‘연결고리’
한반도가 철도로 대륙과 연결되면 자연스레 일본을 우리 경제권으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예상된다. 러시아의 ‘2030 철도발전전략’, 중국의 ‘4종4횡(4縱4橫) 프로젝트’ 등 인접국들의 철도연결 의지도 높다.
문제는 북한 구간이 미연결로 ‘끊어진 고리’ 상태라는 점. 남북이 연결되지 못하면 한반도 철도의 대륙 연결 꿈을 실현하기 어렵다. 이번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앞두고도 정부는 다각도로 북한 구간 통과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남북한이 철도로 연결하는 방법은 4가지. 경의선(서울∼신의주), 금강산선(서울∼금강산), 경원선(서울∼원산), 동해북부선(강릉∼원산)이다. 이 가운데 경의선은 도라산∼개성 구간이 연결돼 언제라도 열차가 지나갈 준비가 끝났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화물열차 터미널과 화물 적치장, 세관도 완비돼 있고 2008년 11월까지 실제 열차가 오갔다. 하지만 그 이후 남북 간 긴장 때문에 열차는 멈췄고 시설은 녹슬어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국 단독으로 공사가 가능한 경원선 백마고지∼월정 8.5km 구간에 대한 보수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윤철 trigger@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