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채권단이 그리스 3차 구제금융 조건으로 500억 유로(약 63조 원)의 자산매각 프로그램을 강제하면서 그리스가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그리스 국영 자산개발기금(HRADF)의 자료를 인용해 그리스가 팔려고 내놓은 주요 자산을 보도했다.
그리스가 매각할만한 자산으로는 공항, 고속도로, 정유·전력 회사는 물론 상하수도 회사와 우체국 등 국가의 주요 기반 시설이 수두룩하게 포함됐다. 휴양지인 온천까지 매물로 나왔다.
국가 기간 산업체로는 그리스 석유 정제 시장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헬레닉페트롤리엄의 지분 35%가 매물로 나와 있고, 750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공공전력회사(Public Power Corp.)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의 기원’ 국가로서 운동 경기장도 눈물을 머금고 매물로 내놨다. 1985년에 문을 연 ‘평화와 우정’ 종합경기장,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당시 쓰였던 스치니아스 조정경기장, 마르코폴로 승마경기장, 갈라치 올림픽 경기장 등이다.
2011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 집권 당시부터 그리스는 공항, 항구, 해안가 부동산 등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매각된 국영자산은 모두 77억 유로지만 이 중 지불이 이뤄진 것은 절반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채권단이 요구한 자산매각 프로그램의 규모는 그리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5분의 1 규모에 달하는 500억 유로나 돼 비현실적이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경제가 불황을 맞으면서 자산 가격이 타격을 입고 가격이 금방 회복되지 않을 공산이 크기 때문에 매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유재산 매각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이번 협상에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인 상태라 자산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벌써부터 “자산 매각엔 100년이 걸린 것”이라든지 “이미 실패한 개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