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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막을 시간 얼마 안남아… 한국이 해결 중심에 서야”

입력 | 2015-07-16 03:00:00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전문가들이 보는 북핵 해법




“한국 정부는 수동적 외교에서 벗어나라. 대북 제재 강도를 열 배 높이든 거대한 당근을 주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방법을 미국에 제시하라.”(김성한 고려대 교수)

“경제 제재가 이란 태도를 바꿨다. 중국에 ‘이란처럼 북한을 움직이려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중국이 제재에 안 나서면 북핵 해결도 실패한다’고 얘기하라.”(이정민 연세대 교수)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자 북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제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도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헛일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개발의 진척 속도로 볼 때 박근혜 정부 임기인 2, 3년 안에 해결 동력이 생기지 않으면 그 뒤엔 정말 어렵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지금보다 더 높은 주인의식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이란 핵협상 타결의 교훈은 분명하다. 하나는 강력한 경제 제재가 이란을 협상장에 앉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재와 협상 과정에서 좀처럼 협력하기 어려울 것 같던 미국 중국 러시아가 단합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 힘을 제대로 못 쓰는 대북 제재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5일 “실효 있는 강한 제재 없이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낼 유인책이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포기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내려면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할 만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란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한계에 봉착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마저 현재의 대북 제재는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비핵화 제재가 아니라 북한 핵을 바깥으로 못 나가게 하는 비확산 제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고립된 북한도 아프게 느낄 급소가 있음을 정부는 알고 있다. 이를 겨냥해 새로운 제재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이 비자금을 숨겨 놓은 은행, 북한 대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는 물자를 수입해 주는 중국 기업, 북한의 금융거래 창구 등 ‘알면서도 중국 때문에 제재하지 못한 구멍’이 많다. 문제는 한국 미국 일본만으로 제재를 강화하면 대북 제재가 마치 중국 제재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이는 북핵 해결에 중요한 고리인 중국과의 공조를 망친다.

○ 중국 스스로 대북 제재 필요성 깨달아야


정부 당국자는 “중국 스스로 대북 제재에 나서게 해야 한다. 이를 설득할 수 있는 건 한국뿐이다. 깊이 있는 한중 간 전략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변화가 주목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핵 불용을 천명한 이후 북한이 얘기를 듣지 않고 북-중 관계가 악화된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사이 중국의 대북 제재는 1, 2년 전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 한국이 “북핵 해결이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남북 관계 개선하면 미중 협력 가능

중국에 제재로 해결하자고만 해서야 말을 들을 리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의 목표가 북한 정권 붕괴가 아님을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남북 경색 국면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선까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대북 교류협력의 수준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서 중국에 대북 제재를 설득하면 미국이 북핵 협상에 나설 여건도 만들어진다.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겪던 미국 중국 러시아가 손을 잡았듯이 북핵 문제에서도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란 핵협상의 또 다른 교훈은 다자회담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라며 “미중이 움직이도록 한국이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축구를 하면 필드에 나가야 하고 야구장에 가면 배트 들고 글러브 끼고 나가야 한다”고 비유했다. 북핵 문제를 지켜보는 관중이 되는 대신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윤완준 zeitung@dogga.com·우경임 기자

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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