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무역의존도 낮아 압박효과 떨어져… 공포통치 통해 민심 통제도 가능
이란 핵협상 타결에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제 및 금융 제재가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국가 경제가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이란으로서는 석유 수출 금지가 곧 국가 경제의 붕괴를 의미한다.
똑같은 경제 제재가 북핵 협상에도 유효하게 먹힐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부정적이다.
이미 북한은 오래전부터 각종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다. 2006년 10월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뒤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안을 5차례나 내놓았고 제재 지침도 32건이나 공지했다. 하지만 이런 제재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폐기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란과 북한은 정치 체제와 경제 상황 등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란과 북한은 정권의 형태도 아주 다르다. 이란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 국가이지만 북한은 사실상 세습 종신 집권 국가이다. 대선을 치르는 이란은 민심을 매우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북한은 공포 독재를 통해 민심을 통제할 수 있다.
대외무역에 대한 의존도도 양국은 크게 다르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2위의 자원 강국이다. 하지만 북한엔 이렇다 할 자원이 없고 수출입 규모도 크지 않다. 제재를 받아도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북한은 수출의 절반가량인 15억 달러를 무연탄과 철광석을 팔아 벌고 있지만 이 정도 규모의 대외거래는 중국에만 의존해도 충분하다.
대북제재 자체의 한계도 분명하다. 미 회계감사원(GAO)이 5월 상원 외교위원회에 제출한 ‘대북제재 보고서’에 따르면 유엔 193개 회원국 중 82%에 해당하는 158개국이 제재 이행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각 회원국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위반 또는 무시한다 해도 처벌하거나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전무한 상태다. 그러니 북한엔 유엔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