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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별’만 25개… 방산비리 9년, 혈세 1조 날렸다

입력 | 2015-07-16 03:00:00

합수단 7개월만에 중간수사 발표… 전현직 장성 10명 등 63명 기소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해 11월 출범 후 1조 원에 육박하는 비리를 적발해 정옥근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 등 전·현직 장성 10명과 영관급 장교 27명, 군수업체 관계자 등 총 63명을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합수단은 이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군(軍) 특유의 폐쇄적인 계급문화와 부실한 통제시스템이 방산업체, 무기중개상과의 끝없는 유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해군 비리 8400억 원…비리까지 한배”


합수단은 7개월여 동안 통영함 소해함 납품비리와 해상작전헬기 도입 비리, 불량 방탄복 및 K-11 복합형소총 납품 비리,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 등을 파헤쳤다. 방산비리는 사업 특성상 소요 결정 및 계약 체결, 납품까지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비리가 발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잠수함 인수평가 비리는 2006년부터 불법행위가 있었고, EWTS 비리도 2008년부터 최근까지 이뤄졌다. 사법처리된 전·현직 장성의 별을 모두 합치면 25개(대장 2명, 중장 3명, 소장 3명, 준장 2명)에 이른다.

해군의 비리 규모가 8402억 원으로 전체(9809억 원)의 86%를 차지했다. 기소된 해군 출신은 28명(현역 9명, 예비역 19명)이나 된다. 김기동 단장은 “함정에 탑재하는 장비별로 구매가 이뤄져 청탁이 개입할 소지가 많고 한배를 타고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공동체적 ‘함장 문화’로 선후배 간 결속력이 타 군보다 강한 점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 현역은 전문성 부족, 감시 장치는 ‘고장’

방위사업 비리가 장기간 계속되는 건 현역 군인들의 전문성 부족이 1차적 원인이었다. 방산업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군 출신 선배들의 입김에 휘둘렸고, 감시 감독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각종 통제 권한을 갖고 있는 방사청이나 비리 예방을 해야 할 국군기무사령부 등은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업체와 한통속이 되기도 했다.

특히 각 군 사관학교 선배, 장성 등이 전역 후 무기 중개업체에 취직해 후배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먹이사슬’은 뿌리 깊은 비리의 온상이었다. 통영함·소해함의 음파탐지기 도입 과정에서 에이전트로 나선 예비역 해군 대령 김모 씨는 당시 해군참모총장과 사관학교 동기라는 점을 내세워 납품업체에서 거액을 받고 로비스트로 활동했다. 정옥근 전 총장은 예비역 윤모 해군 중장(당시 STX 사외이사)에게 사업 편의를 미끼로 7억7000만 원을 요구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합수단은 해상작전헬기 선정에 입김을 미치는 대가로 14억 원을 받은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에 대한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 또 잠수함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무기중개업자 정의승 씨(76)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어서 비리 규모와 처벌 대상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장관석 jks@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