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문전박대를 당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꾹 참고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문을 열고 나온 사무장이 퇴근하려는 듯 사무실 문을 잠그는 게 아닌가. 다급하게 다시 교리 신청을 하러 왔다고 말하자 사무장은 “교리 등록은 벌써 다 끝났어요”라고 말하고는 휭하니 가버렸다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기가 막힌 이모는 설움에 겨워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다음 날 새벽에 이모부는 또 응급실로 실려 갔다면서 그녀는 너무 속상하다고 하소연을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이 외면당한 걸 생각하니 내 마음도 아팠다. 그 사무장은 왜 그랬을까? 그날 불쾌한 일이 있었던 걸까. 그렇더라도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을 더욱 절망에 빠뜨린다는 걸 알았더라면 차마 그리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달 전, 모르는 사람에게서 문자가 왔다. 택배 아저씨가 203동 우리 집으로 배달할 상자를 103동 자기 집 문 앞에 놓고 갔다는 것이다. 당장은 찾으러 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자 “편한 시간에 오세요”라는 친절한 답이 왔다. 두어 시간 후 문자를 보내고 103동 앞으로 가니 젊은 아빠가 유모차를 끌고 나와 일부러 나를 기다렸다가 상자를 전해주었다.
이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이웃, 언제나 명랑한 얼굴로 등기우편물을 전해주는 집배원 아줌마, 건물을 들락거리며 마주치는 경비 아저씨, 단골 음식점의 종업원들, 실은 이렇게 소소하게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망가지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커다란 바위가 아니라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마찬가지로 평범한 우리가 타인을 좌절시킬 수도, 일으켜 세울 수도 있는 굉장한 존재라는 것, 그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윤세영 수필가